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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Dec 30. 2020

<스위트 홈> 명확한 단점과 분명한 장점

롤 문외한이 본 Warriors를 비롯한 이 드라마의 비판들에 대하여

최근 SBS에서 방영 중인 김순옥작가의 <펜트하우스>에 관한 기사에는 종종 이런 문구가 보인다. '욕망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괴물인 주인공' 등등. 이렇듯 '괴물'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작품에서 캐릭터를 묘사하는 문장들 중 하나인지라 단어자체로만 본다면 낯설지 않다. 이 '괴물'을 전면에 등장시킨 드라마가 많지 않았을 뿐. 화제의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 홈>은 인류의 90%가 괴물화가 진행되며 벌어지는 디스토피아물이다. 어수룩한 저녁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어제는 인간이었으나 오늘은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이 끊임없이 살고자 애쓰는 이야기랄까.

주인공 현수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사고로 한순간에 잃고 천애고아가 된 채, 남은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보고자 가족과 살던 집을 팔고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온다. 학창시절 인싸와 다를 바 없던 현수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어 그만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렸고, 이사 온 집에서도 그의 칩거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 위층에는 인디기타리스트인 지수가 함께 이사를 오고, 다소 수상한 이웃들에 둘은 쉽사리 긴장을 놓지 않는다. 험악한 인상으로 청테이프를 잔뜩 들고가는 조폭과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며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여자까지.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주민들의 무시를 받으며 꿋꿋이 일하던 경비원에게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입주민 한 명이 선물로 받은 생선을 선심 쓰듯 들이민다. 감사히 받아 들던 스티로폼을 열자 파리떼가 듫끓는 썩은 생선이 풍기는 악취에 미친 듯이 코피를 쏟아내는 그. 드라마 <스위트 홈>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국드라마에서 쉽게 선보이지 않은 크리처물인 드라마 <스위트 홈>은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킹덤>과 마찬가지로 공중파에서 제작할 수 없는 류의 드라마 중 하나인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생겨남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소재인 것만은 확실하다. 원작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떠안고 시작한 위 작품은 원작을 보지 않은 채 시청한 나로서는 10시간 내리 앉아서 드라마만 보았을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이다. 괴물의 존재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등장하는데다가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더한다.


원작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롤드컵의 테마곡인 Imagine Dragons의 Warriors가 OST로 쓰인 점이나, 한국적인 신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호불호가 꽤 크게 나뉘어 감독이 직접 입장표명을 할 정도로 지적이 되었던 Warriors는 롤을 듣기만 들었지 플레이는커녕 캐릭터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나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치 중 하나랄까. 극 중 괴물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에서 이은혁(이도현 役)이 한낱 소화기로 괴물을 힘겹게 처치하는 신에서는 오히려 이 노래로 하여금 웅장함과 비장함이 더해졌다.


물론 미스테리하게 시작한 극의 전개가 이 노래로 하여금 어벤저스마냥 히어로물처럼 보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스위트 홈>은 B급이라고 하기엔 웅장하며, 공포물이라고 하기에는 때때로 신파적이다. 스티븐 킹의 <미스트>같은 전개를 예상하고 기대했던 이들에게 액션물이라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든다면, warriors가 그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것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그런 점을 되려 좋아하는 이들과 아닌 이들의 차이로 보면 어떨까.

지적받는 지점 중 하나였던 한국적인 신파는 오히려 원작이 가진 주제와 철학적인 부분을 부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K-신파의 큰 수혜자는 당연 김남희배우가 연기한 정재헌일 것이다. 무교인이 그려내는 종교인에 대한 어떠한 편견일지는 모르겠으나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종교인은 거룩하거나 혹은 사이비교주처럼 묘사되지 않나. 종교인의 거룩하고도 숭고한 희생이라는 극적인 요소와 배우의 중저음과 덤덤한 연기가 어우러져 원작에선 없었던 윤지수와의 러브라인이 이토록 애달퍼 보이니.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과 캐릭터가 어우러진 좋은 예라 볼 수 있겠다. 이시영배우의 CG같은 근육도 이와 같은 결이다.


다만 군 대변인이 중년도 아닌 20대로 보이는(많아야 30대로 밖에 보이지 않) 고운 메이크업에 여배우가 연기하는 것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로 인해 원작에 없던 이시영배우의 역할과 함께 이 드라마가 페미니즘적 요소가 들어갔다는 말도 있지만 글쎄. 극 중 서이경을 위 캐릭터와 함께 묶는 것은 서이경이란 캐릭터를 위해 CG와도 같은 등근육을 만들었던 배우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 대변인, 실세가 '여성'이라는 것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아니라 주디 덴치가 연기한 007시리즈의 M같은 위압감을 풍길만한 배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므로. 어떤 작품이든 간에 캐릭터의 존재가 작품 밖에서의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면 이는 캐릭터가 작품에서 물에 떠있는 기름처럼 철저히 분리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싸울 용기가 없는 몇몇 평범한 주민들 대다수가 살아남고 실질적으로 두뇌던, 장비던, 육체전이던 펼치려 애를 쓰던 주인공들이 먼저 사망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 원작들의 주요 설정들을 모른 상태에서 보면 다소 의아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긴 하다만, 이 단점들로 중도하차할 수는 없을 만큼 드라마 <스위트 홈>은 그 몰입감이 꽤 대단하다.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분명한 장점들로 덮는 작품이랄까. 앞서 말한 스티븐 킹의 <미스트>같은 작품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종종 등장하는 슈퍼내추럴의 B급 감성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나처럼 <슈퍼내추럴>과 <뱀파이어 다이어리> 또는 <오리지널스>를 즐겨본 이들이라면 적극 시청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사일런트 힐>보다는 밝고 <어벤저스>보다는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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