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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an 10. 2021

더디고 더딜지 몰라도 끝끝내

다음메인화면에 내 글이 오르다

1월 7일자 다음 메인화면

출근해서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던 와중에 지난번 <브런치X넷플릭스 스토리텔러>공모전에 지원한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리뷰의 조회수가 천명이 넘었다는 알람이 울렸다.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인가 했지만(내 글은 대체로 조회수가 많아봐야 하루에 최대 50명 정도였으므로) 바빠서 그냥 넘기고 말았는데 1시간마다 조회수가 천 단위로 오르더니 퇴근 즈음에는 어느덧 5천 명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유입 경로를 찾아보니 덜렁 다음 도메인 하나만 적혀있었고 설마 하는 마음에 다음 메인을 뒤져보다가 내 글이 메인화면에 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도중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작가로 등록이 되고 난 이후로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 글이 대형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오르다니! 메인화면에 오르는 글들은 대체로 이미 파워블로거였거나 또는 꽤 유명한 작가의 글들이 아니었나, 나 같은 무명작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라며 하루 종일 흥분상태였다. 심지어 졸업앨범을 받으러 학교에 왔다가 잠시 내 얼굴을 보려고 학교에 방문한 제자를 붙들고 샘 글이 다음 메인화면에 올랐다며 자랑까지 했다. 그날 내가 속해있는 단톡방에게 위와 같은 상황들을 공유하며 내 생에서 처음 찾아온 영광을 모두에게 알리며 칭찬을 받았다.


글이 메인화면에 오른 것은, 단순히 내 글이 조회수 7천 명이 넘었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가져다주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회의적이었으나 기대한 것에 배신 받지 않았다는 점과 이번 일로 인해서 브런치 구독자 수가 2명이 올랐다는 것, 그리고 내 글을 읽어봐주시고 알아봐 주신 소중한 댓글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생각지도 못하게 블로그 안에서도 내 글을 좋아해 주신다는 어떤 감사한 분의 댓글을 받았다. 네이버 블로그라는 플랫폼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감사한 댓글이었다. 블로그는 사실 정보성 글과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환영받는 곳이지 않나. 줄글로 가득한 내 글이 호응 받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애증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이와 같은 감사한 칭찬을 받아보니 그야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작년부터 혼자만 써오던 내 글을 감사하게 공개될 수 있던 일들이 여럿 있었다. 처음으로 대형서점과 국회도서관에서 원고 의뢰도 받아보았고, 내 글이 국회도서관 잡지에 실리는 호사까지 누렸다. 내가 쓴 서평을 읽고 눈물도 났다던 작가님의 메시지도 받아보고 일기장과 다름없다며 생각해오던 블로그에 감사한 댓글들도 받으며, 브런치에서 나를 작가님이라 불러주시며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도 계셨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작가라는 꿈을 키우며 블로그에 10년 동안 혼자 글을 올렸을 때에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할 행복이었다. 지금은 <놀면 뭐 하니>로 더욱 유명한 유재석 님의 <말하는 대로>를 들으며 울던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내 신변은 그때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러니 자랑할래요.' 류의 글이 아니다. 사실 유튜브에서 영상들을 볼 때마다 왜인지 성공한 사람들의 말들은 부담스러웠고, 심지어 얼굴이 특출나게 이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브이로그는 보지 못할 정도로 나는 꽤 염세적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간 내게 일어났던 감사한 일들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쩌면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빠져들던 그때의 나처럼, <말하는 대로>를 들으며 울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는 어떤 이들을 위한 위로라고 하면 어떨까. 더불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힘에 부치던 순간들을 맞닥뜨릴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면 어떨까. '더디고 더딜지는 몰라도 끝끝내 누군가는 너를 알아보더라'라는 말이 간절히도 필요할지도 모르는 당신과 나를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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