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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n 25. 2021

<인스타 브레인> 디지털지옥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

정말이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핸드폰에 관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전날 메세지가 무엇이 와있는지 확인하고(대개는 중요한 것은 없다), 잠깐 짬이라도 생길라면 인스타그램 더 보기 란을 눌러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눈 깜빡하면 어느덧 1시간을 훌쩍 넘겨있고, 다이어트로 억누르는 식욕을 먹방을 보며 해소한다. 하루를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만 같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을 확인해보니 책이라도 읽었으면 더 읽었을 시간이었다. 디지털 지옥에서 이미 한참은 매몰되고 매몰된 내 일상을 마주하자, 불현듯 위기감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마냥 허비하면 안 되는데', '밤마다 핸드폰을 보니 시력이 이미 바닥이지', '언제까지 아침에 힘들게 일어날 거야' 등의 생각들이 몰려온다.


<인스타 브레인>은 이러한 현대인의 양상을 뇌과학적인 영역으로 풀어 설명한다. 책의 요지는 우리의 뇌는 수만 년 전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기기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령 SNS에서 '좋아요'라든지 메시지가 오는 그 순간순간들에 우리는 도파민이 발생하고 이러한 것들은 결국 우리를 중독으로 이끈다. 또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은 인구의 1%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며, 핸드폰을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 다른 것을 함께 한다는 것은 동시에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그저 뇌가 끊임없이 양쪽의 행동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는 것 등.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의 뇌는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디지털기기와 어떤 불협화음을 낳는 것인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주로 문학작품만 읽으며 편독이 심한 나조차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다가 무엇보다 스스로가 핸드폰 의존증이 심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내가 디지털기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기에 용이하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하고자 했지만 사실 얼마 못가 실패하였다. 나는 잠들기 전 내가 당장 먹을 수 없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먹방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그 순간의 행복을 아직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저 누워서 인스타그램 더보기에 쓸데없는 내용들을 보는 데에 1시간을 다 소비한 뒤의 오는 허무함과 일하면서 끊임없이 카톡을 켜놓는 것이 업무의 결과를 떠나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휴대전화가 나를 쓰는 것인지 내가 휴대전화를 쓰는 것인지를 분명히 자각해야만 스마트폰을 진정 스마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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