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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15. 2021

<책, 이게 뭐라고> 읽고 쓰는 양서류의 삶

몇 년 전 카카오에서 내놓은 '브런치'라는 웹 플랫폼을 통하여 '브런치 작가'라는 어정쩡한 명칭을 부여받았다. 그 이후로는 스스로 소개하고자 할 때 브런치작가 혹은 무명작가 또는 출간작가 지망생 등 이상한 부연 설명을 넣고는 했다. 스스로 '작가'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객관적인 판단임과 동시에, 기존 작가님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사실 브런치를 통하여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도 네이버 블로그를 통하여 꾸준히 글을 써온 바 있다. 어릴 적부터 작가지망생이었기에 각종 글쓰는 공모전이란 공모전은 죄다 넣어보았으며, 내 평생의 자랑이라 할만한 국내유수 대학의 공모전에도 당선된 적도 있었다. 수험생 시절에는 진지하게 이쪽으로 진로를 고민해 보았으나 그만한 실력은 되지 않았기에 탈락했고, 결국 책과는 멀어지고 싶지 않아 사서라는 직업을 택했다. 사족이 길었으나 아무튼 나의 요지는 나는 듣고 말하기의 세계보다 읽고 쓰는 세계의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강명작가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는 동명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느낀 작가의 생각과 읽기-쓰기 세상에 대한 작가의 고찰 등을 담은 에세이이다. 작가의 얼굴을 본 따 그려진 귀여운 일러스트 표지와는 다르게 책을 읽어보면 그 온도는 다소 차갑다. 작가의 전직이 저널리스트였던 것도 한몫하겠으나 그가 문화부기자를 내내 지원했다는 것을 보면 그 이유는 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몇몇 영화에서도 홍보포스터와 본편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이 책의 결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독서를 예찬하는 밝고 명랑한 느낌이 들 것이라 기대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떠오른다. 밝고 명랑한 세계의 이야기보다는 무미건조한 직업인의 일기와도 같다.


SNS에서는 '감성글귀'라는 괴이한 이름으로 소개되는 문장들이 인기를 얻고, 그 문장들은 심지어 책으로 출간되기까지한다. 도서관 사서로서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으면 이런 것도 읽혀야 하는 것인지 직업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읽고 쓰는 세계에 아이들을 어쩔 수없이 들어놓으려면 그런 책마저도 우선 안겨줘야 한다. 영상매체가 미디어를 잠식할수록 읽고 쓰는 세계의 사람들은 힘을 잃는다. 게다가 이들은 말하고 듣는 세계의 사람들에 비하여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유가 그저 어려운 것으로 치부되어버린다. 때때로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개인의 성향보다는 직업적 성격으로 귀결될 때 종종 주류 집단에 배척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읽고 쓰는 사람들은 말하고 듣는 세계의 사람들 사이에서 애써 자신의 앞마당을 지킨다.


<책, 이게 뭐라고>에서 장강명작가는 책이 어떠한 대단한 가치가 있는 물건 혹은 독서가 위대한 행위로 보이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 역시 종종 정부에서 권장하는 독서진흥문화운동 또는 대학에서 내놓는 '꼭 읽어야 할 100선'은 되려 독서에 대한 거리감만을 키우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골몰하곤 한다. 책을 읽다가 나는 이런 글을 메모했다. '독서가 보일만한 자랑거리에서 좀 더 유희에 가까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경외심을 갖는 일도 덜했으면 좋겠고, 독서가 마치 하나의 과업처럼 느껴지는 일도 덜했으면 좋겠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하여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를 꿈꾼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원하는 정보는 유튜브에서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북튜버 김겨울작가의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의 부제는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라고 한다. 문득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북트레일러가 유명한 장편소설들은 또 부담 없이 집는 일이 떠올랐다.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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