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도전에 대한 평가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 12. 16.

by 칠월의 도서관

오늘 담당 사업의 결과보고를 쓰며 보고 들었던 유튜브, 드로우앤드루에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잘했던 점, 부족했던 점 같은 것들을 남겨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올해 내가 했던 도전에 대해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잘한 점


1. 일단 도전한 것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이라는 지원사업에 지원하고, 합격하였다. 개인, 혹은 팀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최대 500만 원(100만 원의 활동비 포함)을 지원받는 사업이었다. 공공 분야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담당자가 다른 공공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건 사실 일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지원사업은 교육이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운영되고, 창업 등의 조건이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가 가능했다.


전례가 없던 케이스라 회사에서도 나의 참여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갔다. 그 과정에서 다가오는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그냥 포기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도 시작 전의 상황이 나에겐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참여하였다. 돌이켜보면 이 도전을 떳떳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본업에 더 신경 쓰며 최선을 다했다.


2. 일단 완성한 것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의 프로젝트는, 워킹맘으로서 독립출판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장르는 소설, 세부적으로 환상소설을 썼다. 목표했던 원고는 약 12만 자, 에피소드는 크고 작은 에피를 합쳐 총 8개, 구상했던 모든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를 완결된 구조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중간에 편집디자이너가 펑크를 내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간 내 원고를 완성하고, 책을 인쇄하였다.

본 업무와 육아에 짧은 기간 안의 글쓰기를 병행하는 강행군으로 꽤 많이 힘들었다. 특히 지원사업 내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마감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다. 하지만 결국 언제나처럼 그 마감 덕분에 어찌 되었던 마침표를 찍었다.


3. 일단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 것

소설을 주제로 잡았을 경우 사실 사업비를 쓸 수 있는 영역은 꽤 한정적이다. 책과 굿즈를 만드는 것 정도였기에 실제로 사업비가 남았다. 욕심을 내면 사업비를 남김없이 쓸 수 있었지만, 훗날 지원사업의 도움 없이 내 돈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와 최대한 비슷한 컨디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고, 가성비 있는 선택지에 따라 지원금이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쓰고 싶었던 글, 만들고 싶었던 굿즈를 부족하게 만든 건 결코 아니다. 오랫동안 남는다는 책의 물성 때문에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기보다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소재와 콘셉트의 글을 썼다. 어찌 되었든 굿즈도 꽤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보았다. 어설프긴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2. 아쉬운 점


이번 도전에 아쉬운 점은 많지 않다. 하지만 꽤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도 사실이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것과, 단행본이라는 매체를 의식한 나머지 장르소설로서 애매한 포지션으로 글을 썼다. 사실 평소 글을 쓸 땐 장르와 타깃을 꽤 명확하게 설정하고 글을 쓰는데 이번엔 그런 글을 쓰지 않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의 포지션이 매우 모호하다.

다 쓰고 나니 '여성향 판타지'라는 매우 마이너 한 장르에 봉착하고 말았다. 수요가 적을뿐더러 포지션이 모호하여 어필하기도 쉽지 않다. 상업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뼈아픈 실책이다. 시작 전에 조금만 더 고민했더라면 내가 쓰고 싶었던 글과 좀 더 팔기 쉬운 글의 교집합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사실 꽤 마음에 드는 소재와 스토리가 나왔음에도 만족할 결과를 만들지 못하여 이래저래 마음이 꺾여나가고 있다. 어쩌면 작품을 쓰기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기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확실히 올해의 도전에 대해 정리를 해보니, 작가라는 꿈을 향한 도전에 대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쉬움이 크기도 하지만 2024년 많은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를 비교적 잘 마무리했다는 점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내년 2025년의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를 곰곰이 고민하며 2024년의 끝을 천천히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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