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버리는 법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 12. 20.

by 칠월의 도서관

사람에 대한 미움이 끝없이 솟아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있다. 하루하루 지독하게 나를 쫒는 비웃음, 적의,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이들과 나의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경험들은 내 삶에 꽤 깊은 상처로 남았다. 아주 어린 시절, 좀 더 덜 어린 시절, 그리고 비교적 최근까지. 나는 그들과 미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과거와 현재의 미움들을 나는 내 생활 속에서 틈틈이 마주하고 있다. 나는 마음속 미움을 꺼내고 또 꺼내고 또 꺼내서 내 앞에 전시해 두고 그것을 씹어도 보고 뜯어도 보고 핥아도 보며 지독할 정도로 오래 맛보고 있다. 그런 스스로에게 질릴 정도로 말이다.


비교적 최근에도 또다시 나는 그 말라 비틀어진 고깃 조각 같은 감정을 꺼내 또 잘근잘근 씹어보았는데 뒷맛이 영 좋지 않았다. 미움을 되새김하는 행동은, 특히 공감하는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그 맛이 배가 되었는데 이제는 그 모양새나 맛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진중한 분위기에 취해 늘어놓기 쉬운 불행 자랑의 변주 같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약간의 동질감과 조금 뒤늦게 찾아오는 자기혐오가 딱 닮은 꼴이다. 이제 이만하면 단물 빠진 씹던 껌을 뱉어낼 때가 온 것일까 싶다. 입 안에서 겉돌며 찌꺼기처럼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이 감정을 뱉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이 감정에서 해방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전문가를 만나기도 하였고,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였고, 책도 읽어보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상처를 공유하고, 불쌍한 파트너에게 감정을 쏟아내기도 하였다. 그간의 시도들이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날 것의 상처가 아무는 데까지는 약도 필요하고, 딱정이가 지는 것도 필요하고, 가끔은 피떡이 되도록 벅벅 긁어대는 미련함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미움에도 정이 떨어지듯 그렇게 멀어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물고 늘어져 이제는 지난한 내 마음속 미움의 전시를 끝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미움을 끄집어내고 다시 상처 입고, 아무 타격 없는 가상의 공격을 하는 내 모습이 이제 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내가 지닌 미움이 나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직유나 은유가 아닌 말 그대로다. 내 선택지를 좁히고, 내 커리어를 막고, 좀 더 내가 많은 경험과 성장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내 안의 '미움'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자, 앞으로 더는 이 묵은 미움을 꺼내 들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결론에 이른 것은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거나, 미움이 희석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결론적으로는 이 감정을 내 안에 없애지 않다면 앞으로 내가 입을 손해가 참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성장욕구가 꽤 큰 나에게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인지된 감정은 우선 순위가 꽤 뒤로 밀리게 된다는 점을 이용해 나는 드디어 이 해묵은 감정과 이별할 수 있게 되었다.


미움은 가장 큰 에너지를 소모하고, 가장 큰 짐이니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들은 돌이켜보면 내가 본 책, 만난 전문가, 영상에서 모두 전달한 메시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체감하고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었을 때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메타인지가 이제야 발동해서인지 아무튼 이제 내 안의 미움은 상당히 값어치가 떨어진 퇴물이 된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드디어.


나는 미움을 없애는 법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훗날 씹던 껌처럼 뱉어낸 미움을 다시 주워 들어 씹어먹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재빨리 오늘 내가 쓴 글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내 딸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을 스스로에게도 들려줘야지. 그거 지지야, 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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