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지 않은 습관 vs 건강하지 않은 몸

일단 한 달 쓰기 프로젝트, 2024. 12. 17.

by 칠월의 도서관

사실 나는 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입장이고, 그중 5세 아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건강한 식재료, 건강한 조리법을 찾아 애쓴다. 요즘은 찌는 조리법이 건강에 좋다는 정보를 듣고 한참 야채찜 요리에 푹 빠져있다. 틈틈이 운동도 해보려고 하고, 회사에서 소소한 낙이었던 군것질도 (거의) 끊었다.


이렇게 부단 노력을 하는 나와 달리 나의 남편은 짧은 수면, 자극적인 식성에 군것질거리를 입에 달고 산다. 방금도 기껏 저녁에 야채찜, 두부, 고등어구이 이런 걸 먹였는데 굳이 이 시간에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있다. 와작와작 과자를 씹어대는 소리가 거슬려 잔소리 한 바가지를 하였더니 내 입에 과자를 물리려고 해 또 화를 냈다.


건강에 대해 약간의 강박을 갖고 건강한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나와, 건강하지 않은 습관으로 무장한 남편 둘 중 누가 더 건강하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남편이 압도적으로 건강하다. 부단 애를 쓰며 노력하는 나와는 달리 정말 최악의 습관을 갖고 있는 남편은 그냥 다 건강하다. 감기라도 걸려 아픈 건 그야말로 연례행사 수준인 무적의 강골이다.


우수갯소리로 제일 튼튼한 것 같아 결혼했다는 얘기도 할 만큼 건강은 남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지만 오늘도 골골거리는 내 몸을 돌보며 왠지 모르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건강은 타고난 것이 팔 할이라는 걸 오늘도 남편을 보며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생활 패턴을 따라 하다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이 부실한 몸뚱이가 박살이 나겠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새삼 느끼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도 아껴서 오래오래 잘 써야 하니 일단 오늘도 러브 마이 바디. 빈약한 체력과 몸뚱이로 하루를 열심히 버텨내고 또 내일도 버텨내야 하는 나 자신을 응원해야겠다. 오늘 간식도 무가당 두유에, 저녁도 밥 없는 단백질 파티를 벌인 나, 닌텐도 링피트로 운동하고 요가도 한 나, 영양제도 다시 챙겨 먹기 시작한 나 매우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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