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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매회동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12.30.

by 칠월의 도서관

작년 말부터 잦으면 한 달, 아니면 두세 달에 한 번은 자매들과 저녁 카카오톡 그룹채팅으로 만나 수다를 떤다. 일명 '자매회동' 구체적으로 누가 제안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충동적으로 시작했던 온라인 가족모임을 방금 끝내고 글을 쓴다. 나는 네 자매 중 차녀이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고향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나만 따로 떨어져 지내는 게 좀 섭섭했던지라 아마 내가 불쑥 온라인 자매회동을 제안했던 것 같다.


올해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불현듯 자매 단톡방에 번개 모임을 제안했고, 바로 다들 오케이를 해서 방금까지 수다를 떨었다. 사실 메신저를 켜면 서로 특별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옆에 있는 것처럼 수다를 떤다. 썰렁한 농담도 하고, 한 눈도 팔고, 주전부리도 먹고, 그런데 9시 반에 켰던 대화창을 11시 20분쯤 껐다. 그냥 시시콜콜하게 보낸 시간들이 좋아서 늦은 시간까지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거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냐고 하면 사실 진짜 특별히 생각나는 게 없다. 그런데 그냥 그게 좋았다. 별일 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화면을 켜두고 서로 얼굴을 보며 그냥 웃거나 뭐 그런 것들이 좋았다. 일 년에 두세 번 보면 이제는 많이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 돼지털의 발달로 그래도 그냥 옆에서 노가리 까는 느낌으로 이렇게 함께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요즘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좀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곁에 있는 가족도,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도 의지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나처럼 혹시 자매들 중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살피고 싶었다. 다행이랄까, 다들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서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뭐랄까, 특별한 건 없는데 같이 얼굴 보고 목소리 듣는 그 순간이 그냥 나에게 힘이 되었다. 뭔가 요즘 뻥 뚫린 것 같았던 헛헛한 마음을 스르륵 스르륵 채워 넣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릴 땐 참 죽어라 싸우고, 서로 싫어했는데 지금은 다들 곰살맞게 예쁘고 또 좋아졌다.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평생의 친구 같은 우리 자매들. 뭐 싸울 땐 거의 멸망 수준으로 싸우지만 그래도 역시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정말 편안하게 나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함께 있어 행복하다. 내년에도 자매분이 부족해지면 또 번개를 쳐서 틈틈이 자매회동을 추진해야겠다.


사랑한다. 언니야, 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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