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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와 사이, 틈을 채우는 것

일단 한 달 쓰기 도전 프로젝트, 2024.12.28.

by 칠월의 도서관

일정들 사이에 여유가 생겼을 때, 생각과 생각에 공백이 생겼을 때 그 사이의 틈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연말, 12월 31일과 1월 1일 짧은 여행(도 아닌 1박) 일정을 만든 것 이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크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정신없이 보냈을 때보다 몸도, 머리도, 틈이 많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사이의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를 고민하며 하루를 보냈다. 한마디로 여유로웠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핸드폰, 특히 숏츠나 인터넷 게시글들을 많이 보았었다. 하지만 이번 연말에는 최대한 핸드폰을 자제하고자 마음먹었기에 그래도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멀리 두고, 많이 내려두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오늘은 책을 읽었고, 또 집에서 모든 끼니를 집밥을 해 먹었고, 틈틈이 집안일도 하고, 운동도 했고, 아이가 좋아했던 어린이 영화도 함께 보았다. 몸을 움직여하는 것들은 꽤 나쁘지 않은 사이 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다만 오늘은 생각의 틈새에 불안이 비집어 들어와 걱정과 근심, 쓸데없는 과거 회상 등을 끊임없이 하게 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까지 통제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도 통제광 성향이 드러난 것인지, 마음을 다스리려는 기특한 시도인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다만 몸과 마음의 틈이 생겼을 때 무언가로 채우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쉽다는 것을 느꼈다. 행동의 틈은 운동이나 요리, 청소처럼 비교적 짧게 몰입하여 건설적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선택지가 꽤 많은 편인데, 생각의 틈은 어떤 것들로 채워 넣는 것이 좋을지 감이 잘 안 온다. 책은 취향을 많이 타고(오늘은 유난히 손에 안 잡히더라.), 핸드폰, 특히 숏츠는 할 때도 하고 나서도 얻는 것이 별로 없다. 명상을 하는 것은 약간 너무 관념에 취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생각과 생각의 틈을 비집고 쓸데없는 것들(대체로 쓸데없는 걱정, 부정적 자가 회고)이 들어서기 전에 양질의 무언가로 그것을 미리 채워버리고 싶다. 어떤 것들이 좋을지 또 찬찬히 고민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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