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밥>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책이 있으신가요?'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에 한해서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책은 내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 누군가는 인생을 바꾼 책을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책을 기억한다. 동기는 다르지만 결국 적어도 한 권의 책은 남는다.
<청소부 밥>이 내게 그런 책이다. 벌써 다섯 번은 읽은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가 20대 초반이었으니 벌써 10년은 다 되어간다. 수많은 책을 읽었어도 이 책은 항상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읽는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내게 삶의 지침이 되어준 책이다.
'저렇게 잘생긴 데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젊은이가 왜 그런 절망적인 말을 했을까?' _ p.16
책에는 두 사람의 주인공이 나온다. 밥과 로저, 한 명은 청소부이고 다른 한 명은 회사 CEO다. 종종 마주치며 간단히 인사만 하던 두 사람은 늦은 저녁밥이 청소를 할 시간에 만나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트리플에이라는 회사의 CEO인 로저는 밥에게 푸념을 털어놓게 된다.
"요즘엔 마치 일만 하기 위해 사는 것 같습니다. 집에 가면 아내와 딸들은 이미 자고 있죠.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거나 전화기를 붙들고 시간을 보내야 돼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요." _ p.22
로저는 집안의 가장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을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결국 아이들과 대화도 하지 못하고 아내와도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가정을 놓치는' 꼴을 면하지 못한다.
해답이 없어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 로저는 밥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앨리스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지요. 인생의 훌륭한 동반자이자 좋은 어머니였고, 아주 현명한 사람이었죠. (...) 또한 그녀는 나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걸 쓰고 있는 겁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여섯 가지 지침. 그녀가 알려준 이 내용을 항상 기억하려고 말입니다." _ p.23
밥 아저씨는 항상 셔츠 주머니에 오렌지색 수첩을 들고 다녔다. 그 수첩에는 아내인 앨리스가 밥 아저씨에게 알려준 여섯 가지의 지침이 적혀 있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잊지 않고, 또 더 멋진 글이 되도록 끊임없이 다듬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번에 내가 썼던 글 중에서 '삶에는 방향성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살면서 꽤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삶에 방향성을 명확히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의 나 역시 그랬었다.
삶에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면 거센 물살이나 바람에 휩쓸려 방향이 틀어져 버리기 쉽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아보니 내 삶에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던 것이었다. 내 삶에 방향성을 제시해준 여섯 가지 지침은 무엇이었을까?
"진짜 미안하긴 한 건지... 그런 얘기는 하도 들어서 지겨워. 지금 우리 상황이 어떤지나 알고 있으면 좋겠어."
"나도 노력하고 있어. 한꺼번에 모든 걸 다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잖아."
"자기한테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한 적 없어.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남편 노릇, 아빠 노릇 해주길 바랄 뿐이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아? 매일 몇 시간씩 들여서 저녁 준비해놔야 결국엔 식어서 버려야 하고, 밖에서 차 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해서 내다보고... 이런 얘기 한두 번 한 게 아니잖아.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이제 기억도 안 나. 매일 똑같은 일로 말다툼하는 것도 이젠 정말 지겹다고!" _ p.39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스트레스고, 집에 들어가면 또 늦게 들어가는 만큼 아내와 다투게 되는 로저. 위의 짧은 대화만 보더라도 이 대화는 먼 나라 사람들이 하는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한꺼번에 찾아온다. 안 좋은 일이 생겨 기분이 나빠지면, 그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또 그것이 더 큰 안 좋은 일을 초래한다.
밥 아저씨는 이때 로저에게 첫 번째 지침을 들려준다.
첫 번째 지침 :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당연한 말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살아간다. 지쳤을 때는 쉬어야 하지만 여전히 핑계를 대고 쉬지 않고 있다.
"일 때문에 지쳐 있을 때는 다른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한다는 사실!" _ p.47
사실 지쳤을 때는 재충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어떻게 재충전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밥 아저씨의 아내이자, 여섯 가지 지침을 만든 앨리스는 밥 아저씨의 재충전을 위해 '새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준 것이다. 이렇게 원래 해야 하는 일 외에 다른 간단한 일에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가 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 난 다음 날이면 신기하게도 일이 쉽게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경우를 종종 경험해보곤 했다.
로저는 이 지침 하나로 과연 변화가 있었을까?
로저는 5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추다가 문득 침대 옆 탁자에 책이 한 아름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달린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는 그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쓴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이었다.
'내 얘기 같군. 나도 매일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니 말이야.'
로저는 책을 읽으면 수면제 없이도 잠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잠들 수 없었다.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 덮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_ p.53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재충전을 한 로저는 결국 알람을 7시 30분으로 바꿔놓고 잠들었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아내 대신 학교에 데려다줬다.
평소보다 늦게 출근한 만큼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일에 바로 몰두하여 30분 만에 일을 깔끔하게 마쳤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게 재충전의 시간이란 어떤 시간일까?'라는 것을 생각해봤다. 하고 싶은 일만 실컷 하고 살고 있으면서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잘 풀어주고, 지치면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줘야 한다.
로저에게 재충전의 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밥 아저씨는 두 번째 지침을 로저에게 들려주었다.
두 번째 지침 :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남편들이, 아빠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다 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소원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가장은 본인이 진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번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가족 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이럴 때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앨리스의 조언을 기억하자.
이참에 '가족이란 내게 무엇인지', '일이란 내게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 다음회 예고 :
밥 아저씨가 전하는 앨리스의 두 번째 지침 이후 나머지 네 지침에 대해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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