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저씨에게 듣는 인생의 지침
밥의 지침들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과연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까? 직장 일만 해도 숨이 차는데 가정에까지 정말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오늘 일만 해도 그랬다. 겨우 두 시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렇다고 회사를 선택했더라면 아마 집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로저는 그야말로 가정과 회사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였다. _ p.94
사실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유효한 것은 아니다. 밥 아저씨가 들려준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라는 조언은 분명 훌륭한 조언이다. 그렇지만 회사 일을 챙기다 보면 가족을 놓치고, 가족을 챙기다 보면 회사 일을 놓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로저 역시 밥 아저씨의 훌륭한 지침을 듣고도 일상생활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회사 생활을 챙기자니 가족 행사나 기념일 등을 챙기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을 챙기다 보니 회사에 큰 문제들이 생겼다.
그때 밥 아저씨는 세 번째 지침을 들려주었다.
세 번째 지침 :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밥 아저씨는 이 지침을 들려주면서 자신 또한 로저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는 로저나 밥 아저씨에게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다. 한 번쯤은 겪어본 일일 테고, 적어도 주변에서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두들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실망했지만, 고맙게도 그보다는 내 건강을 더 염려해줬지.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에 다들 기뻐했으니까. 그리고 몇 달 후 그 계약을 가로채갔던 경쟁사가 제품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는데 소송에 휘말리는 바람에 계약 자체가 무효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네. (...) 결국 투자한 돈만 고스란히 날린 셈이 되었다네."
"당장은 실패처럼 보이는 일이 나중에 더 큰 성공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법이라네." _ p.103
세 번째 지침을 처음 들었을 때는 거부감을 느꼈다. 어느 종교도 믿지 않는 나인 데다가, 특히나 기독교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기도하라'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느낀다. 상황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이 지침을 들었을 때는 '기도하라'가 아니라 '신경 쓰지 말라'라고 받아들였다.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라면 밥 아저씨가 들려주는 지침 그대로 들으면 되고,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나처럼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밥 아저씨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입원을 하는 바람에 큰 일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랬던 것이 결국 회사에 더 도움이 됐던 것이다. 세상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는 털어내고 '지금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네 번째 지침은 어쩌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지침이 아닌가 싶다.
네 번째 지침 : '배운 것을 전달하라.'
로저는 밥 아저씨에게 네 번째 지침을 듣고는 이웃인 앤드류가 생각났다. 새로 이사 온 앤드류는 로저와 항상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했다. 성공한 CEO인 로저와 대화도 나누고, 조언도 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로저와 마주칠 때마다 집으로 초청을 했다.
'누구에게나 고민거리는 있는 법이야. 밥 아저씨도 마찬가지일 테지. 다만 밥 아저씨는 그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거야. 당장 해결하지 못하는 자기 문제에만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남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돕는 편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밥 아저씨는 믿고 있을 거야.' _ p.153
20대에는 방황도 많이 했고, 고민도 정말 많았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20대들도 마찬가지 일 거다. 그런데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나 역시 그랬었다.
그때 나는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찾지 않고, 내가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해서 내 생각의 폭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져 있었다. 그렇게 내 문제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대 중반에는 주변의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까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뿐만 아니라 나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며 아주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배운 것을 전달하자고 시작한 행동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가져다준 것이다.
다섯 번째 지침 :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다섯 번째 지침을 들으면 '다 아는 내용이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얼마나 실천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쓰는 돈, 우리가 쓰는 시간은 무엇을 위해 쓰고 있는 걸까?
"앨리스는 알뜰한 주부였다네, 수입이 꽤 넉넉해졌을 때도 절대 함부로 돈을 쓰지 않았어. 물론 다섯 번째 지침이 꼭 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야.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하지. 앨리스는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일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네. 투자가 될 수 있는 활동과 단순한 소비 활동 말이야. 그리고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려 기운을 빼고 있을 때면 이렇게 말해주곤 했어. '소비하지 말고 투자합시다'라고 말야." _ p.169
20대 초반에는 게임에 시간을 투자했고, 20대 중반부터는 독서에 시간을 투자했다. 전자는 소비였고, 후자가 진정한 투자였다. 독서는 아직까지도 내가 무얼 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밥 아저씨는 이렇게 다섯 번째 지침까지 로저에게 들려주고 병원에 갑자기 입원을 했다. 청소하러 나오시지 않은 밥 아저씨를 찾아 수소문한 끝에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을 안 로저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마침 그날은 밥 아저씨와 로저가 만나기로 한 월요일이었다.
로저를 본 밥 아저씨는 오늘이 마지막 지침을 알려줄 날이라며 마지막 남은 하나의 지침을 들려주었다.
여섯 번째 지침 :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오늘은 안색이 좋아 보이시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아니야. 난 이제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네."
"헤어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게.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두 번 세 번을 살아도 깨닫지 못한 것들을 배웠네. 덕분에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 게다가 내가 깨달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들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었는데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나." _ p.210
이 책은 벌써 여러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기록을 하지는 않아서 몇 번 읽은지는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렇게 커다란 의미가 담겨있는 지침들인 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몇 년 전에 읽은 이 책은 지금에 와서는 내게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지침들을 잊어버리고 살았지만, 돌아보면 난 이 지침을 따라 살아오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 꿈이 '열심히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나누자'라는 것이다. 밥 아저씨가 들려준 마지막 지침과도 일치한다.
흔히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각자 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자신만의 정답도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살아라'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멋진 인생이고, 즐거운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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