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의 이야기
난 당분간 도서관에 머물기로 했다. 20대를 쉼 없이 달려 이제는 잠시 쉴 시간이 필요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매일 도서관에 있어본 적이 없다.
대학을 다닐 때도 도서관에 오래 앉아 있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때의 도서관이란 '책 읽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곳'이었다. 공부에 대한 거부감에서였을까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주도 아니고 매일 오다 보니 고시생처럼 반복적인 패턴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아침 7시면 자리에 앉고, 오전에는 앉아서 일을 조금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점심때가 되면 학교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오후부터는 잠시 숨을 돌리고 글을 쓴다. 쓰는 글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니, '아무거나' 쓴다가 더 옳은 표현이겠다. 다 읽은 책을 정리하는 글을 쓴다든가 문득 떠오른 고민에 대한 글을 쓴다든가, 아니면 일기처럼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둥 사실 그리 체계가 잡힌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지루하고, 심심하다. 참 태평한 소리 같겠지만 바쁜 생활 속에 하루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매일 책 읽는 시간을 보내니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할 만도 하다. 그래서 지루할 때면 도서관을 나와 산책을 한다. 심심해도 산책을 한다. 산책도 심심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책이나 글귀를 발견하면 무언가 세상의 비밀을 하나 알아낸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 다만 '나 혼자' 알아서 그 희열은 크기가 본래의 것보다 덜하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시작했다.
SNS는 '시간 낭비 서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혼자만의 희열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했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이 SNS를 알려줘서 가입을 하고, 사진을 몇 개 올린 적이 있다. 그러곤 별 재미를 못 느껴 창고에 넣어두듯이 방치를 했다.
오랜만에 운동이나 해볼까 해서 창고에서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는 것처럼, 내 인스타 역시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팔로워도 100명이 안 되었다. 사진은 다섯 개나 됐을까. 먼지를 털어내고 사진과 글을 적었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글귀에 밑줄을 긋고 사진을 찍어 글과 함께 올렸다.
그렇게 하나 둘 사진과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인스타에 찾아가 좋은 글이나 사진이 있으면 '좋아요'를 남기거나 '댓글'을 남겼다. 그러다 보니 내 팔로워도 점점 늘어갔다. 처음에 백 명도 채 안 되었는데 하루에 수십 명씩 늘어가더니 금세 천 명, 이천 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아마 삼천 명에 다 달았을 것이다.
팔로워도 많아지고 댓글이 달리는 수도 늘어만 갔다. 난 더 좋은 글을 찾기 위해 좋다 하는 책을 읽었고, 내 안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내 안에서 깨달음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처음에 좋은 글귀와 책을 나누려고 시작했던 인스타는 어느새 내게 피로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팔로워가 줄어드는 날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날엔, 좋아요 수나 댓글 수가 늘어나지 않는 날에는 피로감이 몰왔다. '왜 사람들이 댓글을 달지 않을까?'
이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곤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러곤 그때부터 팔로워 수에, 좋아요 수나 댓글 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댓글을 다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만큼 성심성의껏 답글을 달아드렸다.
다시 많은 걸 내려놓고 나니 고요가 찾아왔다. 고요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곳을 내가 전쟁터로 만든 것이다.
얼마 전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라는 서비스에 작가 신청을 하고, 통과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 '팔로워 수나 댓글 수에 연연하지 말고 진실한 글을 쓰자'라고 다짐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올리기로 했다. 어느 날은 내 글이 카카오톡 채널 메인에 오르기도 하고, 브런치 메인에 오르기도 했다.
기쁨도 잠시 브런치를 시작하며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마음을 다시 잠재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진실한 글을 쓰자'라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어도, 적어도 누군가 한 사람은 내 글을 읽고 삶에 힘이 되겠지. 힘든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은 보탬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우선은 조금은 특별한 경험인 '도서관에서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적어 내려가야 할까?
내가 읽는 책들의 분야는 정말 다양하다. 그렇지만 그중에 에세이나 산문집은 잘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도, 산문집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새로운 장르의 글을 쓸 때면 항상 건너던 다리가 끊겨있는 기분이다.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에세이나 산문집을 읽어보기로 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읽어보기로 했다.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두 권이나 있지만 이미 대출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예약이 3명이나 밀려있었다. 다른 책을 고르자. 인터넷 서점에 무작정 '산문집'을 검색했다.
제목을 들어본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 제목에 눈길이 가는 책을 택하기로 했다. 이석원 작가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병률 작가의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러다 눈길이 가는 책을 발견했다.
오지은 씨의 <익숙한 새벽 세시>라는 책이었다. 사실 작가도 누군지 모르고, 책도 처음 보는 책이다. 그래도 내 촉을 믿어보기로 했다. 도서관 사이트에서 바로 검색을 해보니 대출이 가능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을 빌리러 갔다.
과연 도서관에서 보내는 나의 하루를 더 잘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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