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에 대한 진지함
'나의 하루는 언제나 커피 한잔으로 시작된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 일찍 도서관에 도착하면 매일 앉는 자리에 앉아 30분 정도 여유롭게 책을 읽는다. 오전에는 대게 일을 하지만,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하게 되면 도서관을 나오는 길도 매일이 고역이다. 그래서 도서관에 도착하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집어 든다.
가방에서 책을 꺼냄과 동시에 스톱워치를 꺼낸다. 수능 공부를 할 때나 사용하던 스톱워치를 나는 서른이 되어서도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수능 공부할 때는 스톱워치를 사용해본 적도 없다. 아이러니다.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르고 책을 편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스톱워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시간이 다 되었나?' 30분 정도가 되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책을 덮는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을 나선다.
어느 도서관이나 그렇듯 도서관 앞에는 대게 자판기가 있다. 내가 있는 도서관 앞 자판기는 음료 자판기가 두 개, 커피 자판기가 하나가 있다. 두 개나 되는 음료 자판기는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커피 자판기를 이용한다.
아직 벌이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보니 비싸나 커피를 사 먹기에는 돈이 조금 아쉽다. 물론 '캔 커피와 자판기 커피 중에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으면 자판기 커피라고 대답할 거다. 커피에 대해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내게 맛있는 커피다. 특히나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커피는 아침을 열기에 제격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커피 한잔 뽑는데 200원이었는데 어느 새 100원이 올랐다. 도서관에만 있어도 물가가 오르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한 번에 50% 가격 인상이라니!' 이 정도면 물가 폭등이 아닌가 싶다.
200원일 때는 천 원짜리 한 장이면 딱 다섯 잔을 뽑아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100원이 올라 300원이 되면서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세 잔을 뽑아 먹고 항상 100원이 남는다. 그래서 내 점퍼 주머니에는 항상 100원짜리 동전과 천 원짜리 지폐가 남아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연못으로 향한다. 도서관에서 걸어서 1분이면 연못에 다다른다. 가는 길은 큰 건물에 둘러싸여 따스한 아침 햇살 대신 아직 서늘한 바람만이 돌고 있다.
그러나 걷다 보면 금세 따스한 햇살과 마주한다. 그리고 연못과도 마주한다. 연못 주위는 항상 내가 산책을 거니는 장소다. 연못의 크기는 어림잡아 축구장 크기의 반 정도 될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그 정도라 하자.
연못이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여름에는 이상한 비린내가 심하다. 아직은 날이 덥지 않아 그런지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산책하기에 좋다. 물을 들여다보면 꽤나 어둑어둑해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더러운 것 같지만 종종 두루미 같은 녀석이 연못의 한 가운데에 날아와 앉아있다. 어떨 때는 대가리가 초록색을 띈 오리 같은 녀석도 두 마리나 연못을 헤집고 다닌다. 어쩌면 그리 더럽지는 않을지도.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한잔을 들고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믹스 커피가 생각나게 하는 자판기 커피는 그 특유의 달달함과 약간의 쓴 맛을 가지고 있다. 커피의 쌉쌀함은 아직 덜 깨어난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 커피의 달달함은 바쁜 일과를 걱정하는 내 마음을 잘 달래 준다. 그리고 아직은 약간 쌀쌀한 바람은 내 몸을 일으켜 세운다. 마지막으로 따듯한 햇빛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쉬는 날을 제외하고 도서관을 나오는 날은 매일 아침 이렇게 시작된다. 쌉쌀하게, 달게, 그리고 시원하고 따듯하게. 그렇게 매일 아침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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