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동생의 일침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형님 저녁 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친한 동생 녀석에게서 연락이 왔다. 매일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던 동생. 그 녀석이 다시 돌아왔다.


작년에 도서관에 있으면서 점심과 저녁을 꼭 같이 먹던 동생이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대외활동을 하며 알게 된 동생이다. 이런저런 활동도 많이 하고, 말도 많고, 발도 넓은 녀석이다. 그렇게 활동적인 녀석이 대뜸 고시 공부를 하겠다고 휴학을 하고 도서관으로 왔다.


덕분에 작년에는 혼자 밥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혼자 먹는다고 외롭다는 것은 아니지만, 난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 녀석과의 자리는 항상 즐거웠다. 힘든 얘기를 나눌 때 마저도.


동생과 나는 식사 시간이 항상 정해져 있었다. 점심은 11시 반, 저녁은 5시 반. 식당이 붐비지 않을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간다. 그래야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물론 남자 둘이 밥을 먹으면서 할 얘기는 뭐가 그리 많은지 식사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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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서관에서도 모든 걸 다 포기하고 공부만 하던 녀석이 더 열심히 하겠다며 시험을 두 달 남기고 고시촌으로 이사했다. 나도 전에 고시 준비를 해 본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는 기간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녀석 역시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강한 녀석이었는데.


매일 같이 밥을 먹을 때는 동생의 고민과 고통을 들어주는 사람이 나라도 있었다. 그런데 고시촌에 가면서 혼자 밥 먹고 공부를 하며 ''을 할 데가 없어진 것이다. 공부 말고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라고 나조차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매일 밥 먹자고 연락이 오던 동생의 연락이 없으니 허전하기도 했다. 나도 이런데 아예 혼자가 된 동생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시 준비를 해보기도 했고,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결과가 보인다. 합격을 할 것 같은지, 아니면 불합격을 확신한다든지. 내가 보기에 녀석은 '합격'에 훨씬 가까웠다.


모든 연락도 끊고 녀석은 공부에만 몰두했다. 시험이 끝나면 연락하겠다던 동생은 시험 당일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내가 그때 핸드폰을 안 보고 있어 바로 통화는 못했지만, 다음 날 바로 다시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내 첫마디는 '고생 많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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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고 동생은 우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실컷 놀았다. 나도 그러했지만, 세상과 오랜 시간 단절하고 무언가에 몰두하다 그것을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모든 의욕은 존재조차 어색할 만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실컷 늘어지고, 신나게 놀다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형님 저녁 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 혹시나 약해지지는 않았을지 걱정했던 내가 무안해질 만큼 녀석은 에너지가 넘쳤다. "요즘 뭐하고 사냐?"라는 물음에 당당히 "놀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괜한 걱정이었구나.


작년에 저녁을 먹을 때와 같이 5시 반에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게 30분에서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데, 이 날은 동생과 대화를 하는데 식당 전등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시계 바늘은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랜만에 둘이 만나 떠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무슨 남자 둘이 말이 이리도 많을까.


그렇게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한참을 얘기하고도 아쉬웠는지 "형님 시간 괜찮으시면 산책 한 바퀴 더 도시고 가시죠?"라고 물었다. 급하게 할 일도 없기에 그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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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매일 보던 사이인지라 동생은 나의 일주일의 패턴을 다 알고 있다. 함께 걷다가 동생은 문득 내게 일침을 던졌다. "형님, 월요일은 점심때 나오시고, 수요일은 쉬시고, 주말도 쉬시면 3일만 하루 종일 일하시는 거예요?" 순간 뜨끔했다. "아냐~ 쉬는 날은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쉬어"라고 대답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게, 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나의 하루 일과는 이러하다. 아침 7시면 도서관에 도착한다. 오전에는 주로 일을 좀 하고, 오후에는 책 읽기와 글쓰기, 관심 분야 공부를 한다. 그렇게 저녁 9시까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는 피로도에 따라 책을 읽기도 하고, 예능을 한 편 보기도 한다.


쉬는 날은 동생에게 말한 대로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에 쉬게 된다. 일요일 같은 날은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니 '논다'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돌아보면 어쨌든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쉬이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맨날 내게 "형님 덕분에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하지만, 때로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나도 네 덕분에 많이 배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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