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생활을 시작하다
다시 내게 집중하는 시간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일도 내려놓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내려놓고, 모든 바쁜 일들을 내려놓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일을 할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일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기 위해서였다. 일을 그만두면서 기상 시간을 늦췄다. 몸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이제는 그렇게 과하게 잠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아침 5시 반. 이제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른 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는 것과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아침을 먹고 일찍 집을 나선다. 도서관을 가려면 대략 35분 정도 걸린다. 꽤 멀어 보이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나머지는 걷는 시간이다. 버스를 타도되지만 이것으로라도 최소한의 운동은 하기로 했다.
도서관의 아침
아침 7시면 대게 도서관에 도착한다. 이 시간이면 도서관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서관 주변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이른 아침부터 걷기나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을 빼면 마주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대학교에 있는 도서관이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그 오랜 시간 도서관에 불이 켜져 있더라도 이용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래서 비교적 이른 아침인 7시에 도착을 하더라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이 대학의 도서관은 두 개가 가까이 붙어 있다. 하나는 중앙 도서관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이다. 외관도 깔끔하고 내부 시설도 좋다. 이곳에서는 책을 빌리거나, 멀티미디어실, 스터디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북카페까지 생겨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
다른 하나는 별관 도서관으로 불린다. 지어진지 꽤나 오래되었는지 빨간 벽돌로 2층까지 열람실이 있다. 별관 도서관의 경우에는 1층과 2층의 용도는 동일하다. 일반 열람실이 있고, 노트북 열람실이 있어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하루 종일 있기에는 열람실보다는 북카페가 좋다. 적당한 소음도 있고, 커피나 간식 등을 먹으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단점은 8시는 돼야 연다는 것이다. 아침 7시에 도서관에 도착하면 별관 도서관으로 간다. 열람실에 앉아 북카페가 있는 중앙 도서관이 여는 시간까지 아무 자리나 앉아 책을 편다.
나를 위한 하루
아침에는 도서관에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요하다. 겨우 들리는 소리라고는 책장 넘기는 소리, 연필로 글을 쓰는 사각거리는 소리, 가끔씩 들리는 의자의 삐걱거리는 소리뿐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북카페가 열 시간이 되면 자리를 옮긴다. 별관 도서관에서 중앙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고요함에서 점차 생기 넘치는 소리로 가득 찬다. 북카페가 문을 열더라도 '카페'는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연다. 커피를 반드시 사 먹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대부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대게 마음이 안정되고 나만의 세계가 넓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한두 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카페 직원들이 출근한다.
직원들이 출근을 하면서 각종 머신이 작동되는 소리가 난다. 음악이 켜지고 최신 가요들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가는 소리와 함께 적막은 깨지고 다양한 소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게 책과 단 둘이 마주하고, 커피 향기를 맡으며, 간혹 귀에 꽂히는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가득 채운다. 누군가의 방해도, 어떤 강요도 없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언제였을까 이렇게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지가.
요즘은 살기 힘든 시대라고 너무들 악착같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취업도 안 되고, 신입사원까지 퇴직을 시키는 대기업이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을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바쁘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내 안을 더욱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언제 나를 잃어버리는지도,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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