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으며...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이 가득한 여행도 잔인한 것이었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했다.' _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p.80.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여행으로 제주가 그렇게 좋다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 기대치를 낮추고 제주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제주에서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몇 군데 정했다. 동선과 맛집은 정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올려다본 제주 하늘은 그다지 기억에 남을만한 하늘은 아니었다. 많은 구름들 사이로 얼핏 얼핏 파란 하늘이 보일 뿐이었다. 바람은 시원했지만 바닷바람이라 그런지 약간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제주의 첫인상은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대를 하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무심결에 제주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이전 여행을 통해 '나다운 여행'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다운 여행이란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그곳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말이다.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 제주 여행에서는 많은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하루에 한두 군데만 차분히 돌아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을 때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천천히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 초보인 나는 그렇게 쉽게 '나다운 여행'을 할 수 없었다.
일정과 일정 사이 여유만 생기면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다.
시간이 남으면 맛집을 찾고 있었고, 일정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면 다른 일정을 찾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차분한 여행을 하겠다는 내 다짐은 온데간데없었다. 피로감은 쌓여만 갔고 이런 분주함은 결국 내 여행을 망치고 있었다.
결국 휴식이 필요함을 느껴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몸도 머리도 쉴 시간을 가지고, 여유가 있다면 책도 읽어볼까 했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지 않았다. 그저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금세 마음과 몸이 편안해졌다. 책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가방에서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을 꺼냈다. 이번 제주 여행에 동반한 책이었다. 분주한 여행 덕분에 굳이 가져온 책도 거의 읽지 못한 상태였다. 의도적인 멈춤 덕분에 비로소 책 읽을 여유가 생겼다.
책에는 '일요일이 있는 여행'이라는 글이 있었다. '여행에서 웬 일요일을 찾을까?'싶었다. 하지만 글을 읽고 깨달았다. 내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이 가득한 여행도 잔인한 것이었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했다.' _ p.80.
일상에는 주말이 필요하다. 평일에 열심히 일을 하는 만큼 주말에 충분히 쉬어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평일에 다시 힘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식이 있기에 노동이 더욱 가치 있고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법이었다. 여행에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흔히들 여행을 '휴식'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여행이 휴식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순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여행에서도 휴식이 있어야 여행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법이었다.
그때부터 내 여행에도 일요일이 생겼다. 일정과 일정 사이에 여유가 생길 때면 다른 무언갈 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든 앉아 여유를 즐겼다.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카페 구석에서 카페의 분위기를 한참 즐기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자칫 나답지 못한 여행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잠깐의 멈춤을 통해 나다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 여행은 좀 더 '나다운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요일이 있는 여행'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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