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이 많은 서점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아마도 서점일 것이다.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여행지는 오사카였다. 먹거리와 볼거리 많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4박 5일이라는 길지 않은 여행기간에도 불구하고 반나절을 투자해 굳이 서점을 찾아갔다. 오사카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여행까지 와서 서점을 찾는 내가 유별나 보였다. 하지만 서점을 방문한 뒤 그 생각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게는 서점을 찾는 것 또한 여행이구나.'
이렇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이란 조금 특별한 공간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서점
자주 찾는 서점이 있다. 바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다.
서울에 살면서 책을 구경하거나 구매할 일이 있으면 항상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서울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고, 집에서도 나름 가까웠고, 종로나 광화문 쪽으로 나갈 일이 종종 있어 자연스레 자주 찾는 서점이다. 게다가 리뉴얼을 거치며 분위기가 바뀌어 더욱 편안한 분위기의 서점이 됐다.
익숙하고 편해서 자주 찾다 보니 서점을 돌아보는 동선이 생겼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물론 내 마음대로 나눈 것이지만. 첫 번째 구역에는 잡지나 만화, 건강, 예술, 여행 분야 등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고, 두 번째 구역은 경제, 경영, 자기계발, 사회, 과학, 소설, 인문 분야 등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내가 주로 책을 구경하는 곳은 두 번째 구역이다.
서점 정문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H 서가를 만날 수 있다. 이 서가에서는 경제나 경영, 자기계발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아마 지금까지 이 분야의 책을 가장 많이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관심이 많은 분야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서가인만큼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은 최대한 가볍게 보고 지나치려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또 이 서가에서만 책을 고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H 서가에는 이외에도 정치나 사회 서적도 비치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던 분야라 자주 둘러보는 서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어보기로 하면서 요즘은 이 서가도 빼놓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
H 서가를 지나면 I 서가와 L 서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과학이나 기술 서적, 초중고 학습서 등을 만날 수 있다. 거의 그냥 지나쳐가는 서가다.
L 서가를 마지막으로 서점 오른편에 있는 서가 구경을 마치면 왼쪽 서가를 둘러본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서가는 J 서가다. 이곳에는 소설이나 시, 에세이 분야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이 분야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읽지는 않는 분야였다. 하지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의 책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다음에는 K 서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인문, 역사, 문화, 종교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하면 이 서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은 서가다. 다만 읽기 쉬운 책들은 아니라 다른 책들만큼 쉽게 손이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최대한 이 분야의 책들을 읽으려 한다.
이렇게 두 번째 구역을 모두 둘러 본 다음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비치된 서가로 향한다. 요즘은 어떤 책이 많이 읽히는지 베스트셀러들을 구경하고, 좋은 책을 찾기 위해 스테디셀러들을 확인한다. 확실히 두 서가를 비교해보면 베스트셀러 서가에 있는 책들이 더 끌린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된 걸까?
그래도 베스트셀러보다는 주로 스테디셀러를 읽으려 하는 편이다.
사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하면 두 번째 구역만 둘러본다. 첫 번째 구역에 있는 책들은 필요할 때만 가서 보기 때문에 자주 찾지는 않는다.
책 구경을 마치면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한다. 다음에 살 책은 어떤 책인지, 나중에 다시 살펴볼 책은 어떤 책인지 적고, 더 봐야 할 책은 없는지 확인한다. 여유가 있는 날은 그렇게 자리에 앉아 가져간 책이나 구매한 책을 읽다 나오기도 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서점이 넓기도 하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많고, 다양한 분야의 책이 비치돼 있어 자연스레 자주 찾게 된다. 자주 찾는 만큼 익숙하고 편안한 서점이 됐다. 인테리어를 잘 해놓아서 편안하게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오랫동안 책 구경을 하고 있어도 불편함이 없고, 너무 익숙해진 공간이라 편안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그렇게 내게 편안함을 주는 서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서점
이사를 하면서 익숙한 공간들과 멀어지게 됐다.
즐겨 찾던 교보문고 광화문점 역시 멀어졌다. 멀어진 만큼 전처럼 자주 찾지 못하게 됐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휴식이 필요할 때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을 때면 찾던 곳이 서점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자주 찾기 어려워졌다. 덕분에 이런 나의 소중한 감정들을 충족시켜줄 곳이 사라져 버렸다. 추억과 함께.
얼마 전 약속 때문에 강남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약속이 있을 때면 항상 일찍 도착해 주변 서점을 찾는 습관이 있다. 이날 역시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서점을 찾았다. 교보문고 강남점이 있었다.
전에도 몇 번 와본 적 있는 서점이다. 오랜만에 방문해서인지 역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처럼 편안한 서점은 아니었다. 불빛은 따뜻한 색이 아닌 차가운 색이었고, 자주 찾지 않는 서점인 만큼 서점을 어떻게 둘러보아야 할지도 몰랐다. 어느 서가부터 볼지,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역시 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편하구나.'
30분쯤 지났을까. 어느새 책 구경에 깊이 빠져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끼던 공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하게 느껴졌다. 물론 광화문점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도 부족했고, 서점 분위기도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이 다가와 서점을 나섰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서점에 가 있었다. 그리 편안한 서점도 아니었는데 내 마음은 왜 서점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문득 답이 떠올랐다.
'저 서점에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많이 발견할 수 있구나.'
그랬다. 편안한 서점은 아니었지만 서점을 둘러볼수록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는 서점이었다. 책을 통해서 다음에 읽을 책을 찾기도 하지만 이렇게 서점을 통해서도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찾을 수 있었다. 갑자기 이 서점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서점은 어떤 서점일까?'
처음에는 편안함을 느끼는 서점이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서점은 읽고 싶은 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서점이었다. 앞으로는 종종 서점 투어를 다녀야겠다. 혹시 또 좋아하는 서점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교보문고 광고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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