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TV 신년회에 다녀오다
인간은 누구나 먼지와 같은 존재다.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연예인이더라도 결국 먼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먼지를 초월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이아 TV 신년회
'DIA TV신년회 안내드립니다.'
1월 초 다이아 TV에서 신년회를 한다는 메일이 왔다. 다이아 TV 소속 크리에이터가 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계약을 하기 전, 관계자분과 미팅을 하면서 다이아 TV에 들어오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랬다. 소속이 생겨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번 가볼까?'
다이아 TV 소속이 되기는 했지만 함께 콘텐츠를 제작해본 적도 없고, 지원을 받아본 것도 없고, 다이아 TV에 소속된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가서 앉아있다가 말 한마디 안 하고 돌아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참석 대상에는 제한이 없었다. 유명 크리에이터만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정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이아 TV 소속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신청해서 신년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이아 TV에 들어와서 열리는 첫 행사니 참석해보기로 했다.
평소처럼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참석자 확인 후 명찰을 받고 입장했다. 명찰에는 내 유튜브 채널명이 적혀있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유명 크리에이터를 둘러싸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고 있었다. 같은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지만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
본 행사는 5시부터 시작됐다. 크리에이터인 MC들의 진행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환영사부터 DIA TV 소개, 100만 구독자 돌파 핸드프린팅, 나영석 PD의 크리에이티브 강연, 선물 증정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환영사나 DIA TV 소개 등은 의례적인 행사였고, 100만 구독자 돌파 핸드프린팅이나 선물 증정은 나와 상관없는 행사였다. 물론 나영석 PD의 강연은 꽤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행사들은 나와 그다지 관련이 없었다.
행사 중간 휴식시간이 있었다. 내게는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시간이었다. 휴식시간은 이날 행사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시간이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인사를 나누느라 시끌벅적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는 낄 곳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쉬기만 할 뿐이었다. 심지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이날 행사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최측만의 잔치, 유명 크리에이터들만의 잔치,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의 잔치 말이다. 그 어디에도 내가 끼어들 곳은 없었다.
'난 여기 뭐하러 왔을까?'
굳이 시간 내서 멀리까지 왔는데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년회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단지 소속감을 느껴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였을까?
아니었다. 신년회에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었다.
난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걸 좋아한다. 그 사람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거나,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에이터들은 대개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신년회에 가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을, 열정적인 사람들을 말이다.
하지만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친해질 기회는커녕 대화조차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얻은 게 있었다. 기대했던 바와는 다르지만,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크리에이터들의 핸드프린팅 행사를 보면서,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실제로 보면서 큰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저들은 얼마나 열심히 해서 저런 결과물을 만들어냈을까?'
'과연 나는 그만큼 열심히, 그리고 마음껏 즐기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을까?'
물론 자극적인 콘텐츠로 유명해진 크리에이터도 많다. 하지만 정말 좋은 콘텐츠로 유명해진 크리에이터들도 많았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내 것에 더 집중하자는 다짐을 했다. 누구보다 더 나은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단지 더욱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했다.
만족스러운 삶
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름 멋진 사람으로 비친다. 꾸준히 책을 읽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기 때문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고민이 생길 때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내게 조언을 구한다. SNS나 브런치, 유튜브 등을 보고 직접 연락해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다.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든,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든 나를 만나고 나면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 TV 신년회에 갔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떠나 내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당연했다. 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니 당연했다.
작가로 유명해지든 유튜버로 유명해지든 결국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유명해지더라도 분명 어딘가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테고,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책 많이 읽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유튜브 채널 몇 개 운영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글 쓰는 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칠까.
자만하지 말자. 남들보다 조금 더 방황해봤다고,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다고, 뭐든 조금이라도 낫다고 자만하지 말자. 결국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아무런 존재도 아닐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하면 끊임없이 불행해진다. 사람은 대개 자신을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비교한다. 한 계단 올라서더라도 또 한 계단 위에는 누군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니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질투를 하지도 말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도 말자.
그저 내 인생에 더 집중하자.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내가 살아가는 현재에 집중하자.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삶이라면 그것으로 족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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