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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pr 06. 2018

나영석 PD가 말하는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무엇인가?

지난 1월 다이아 TV 신년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게스트로 나영석 PD님이 참석했다. 강연 주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 즉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참석한 행사인만큼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는 참석자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였다. 게다가 연사가 나영석 PD님이니 더욱 관심이 가는 강연이었다.


 "사실 저는 이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나 PD님은 강연을 시작하며 자신이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요즘 소위 잘나가는 예능의 대부분은 나 PD님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예능을 만들어내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 나PD 님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영석 PD의 크리에이티브


나 PD는 '여행''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을 보면 여행과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1박 2일',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알쓸신잡', '삼시세끼' 등 모든 방송이 여행과 음식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어찌 보면 항상 같은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왔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시청자들이 새로운 것에도 쉽게 질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 PD가 크리에이티브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창의력이 고갈됐다는 그는 어떻게 지금처럼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마다 흥행하는 걸까?


 '예전에는 제 프로그램만 하면 됐습니다. '1박 2일' 때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인 여행과 음식이 들어가는 콘텐츠를 실컷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 혼자만의 프로그램이 아닌 후배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도와줘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과 후배 PD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달랐어요. 오히려 저의 크리에이티브가 고갈될 때쯤 후배 PD들과 작업을 함께 한 것이 정말 좋은 기회였죠.'


 나 PD는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같은 형식의 콘텐츠에 금세 싫증을 내고 만다. 나 PD는 좋아하는 주제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것 때문에 콘텐츠 고갈이라는 슬럼프를 겪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가 고갈되는 것을 느낄 때쯤 후배 PD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었다. 후배 PD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 타협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 PD는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다른 PD들이 하고 싶은 것과 섞었다. 역시 나 PD가 좋아하는 여행과 음식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다른 PD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창의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창의성은 '이질적인 것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조합한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나 PD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자신의 크리에이티브에 고민이 많다고 했지만, 그는 분명 잘 헤쳐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


 나 PD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해야 할까요?"


 한 유튜버가 나 PD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유튜버든 블로거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꼭 한 번쯤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니 남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남들이 좋아하는 걸 하자니 내가 재미없을 것 같다.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 입장에 서면 꼭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나 PD는 이렇게 답했다.


 "아직 내 것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 다듬어지고 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까지 열심히 내 것을 하세요. 그러고 나서 자신의 것이 잘 다듬어졌다면 그때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해보세요."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다.


 나는 질문자의 질문을 들으며 속으로 나만의 답변을 내렸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걸 해야지.'


 나 역시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유튜버들을 볼수록, 공부를 할수록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 PD의 대답은 내가 내린 답변과 달랐다.


 다시 내게 내린 답변에 질문을 던졌다.


 '과연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만드는 게 맞을까?'




나의 크리에이티브


 '먼저 내가 좋아하는 걸을 해야 한다.'


 창작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지, 아니면 해야만 하는 일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를 돌아봤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글과 영상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은 내 인생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즐겁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그리고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답보다는 나 PD님의 대답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글 역시 남들이 많이 읽을만한 글이나 공유를 많이 할만한 글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다. 또한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 이곳에 차곡차곡 정리해두기로 했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 나만의 것을 다듬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온다. 무엇을 하는 게 옳으냐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사람마다 다 다른 답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나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옳은 길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내 안을 채우는 데 더 집중해야겠다.





▼ 운영 채널 

유튜브1_ @도서관에 사는 남자

유튜브2_ @조랩

유튜브3_ @조영표 Youngpyo Cho

인스타그램_ @youngpyo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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