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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28. 2016

#5. 난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으며 변한 것들

'책 읽는 거 좋아하세요?'


브런치에서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는 분들인 경우가 꽤 많다. 여기서 책을 읽는 사람이란 어쩌다 한 권이 아니라 책을 꽤나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말한다.


 '책 좀 읽어라.'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바라며 '게임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라고 이야기한다. 정작 본인은 전혀 읽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명령조로 이야기하면서 정작 본인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부터 잘못된 행동이 아닐까.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주변에는 항상 책을 읽으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뻔하다. 제대로 읽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책 읽으라는 사람은 많았지만, 왜 읽어야 하는지라든가,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자세히 설명해줘도 어렸을 때는 흘려 들었을 것이 뻔하다. 책이라고는 만화책만 끼고 살던 내가 책을 가끔 읽는 것도 아니고, 도서관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다 난 책을 이렇게 가까이하게 되었을까?


만화책에 빠지다



 어려서 우리 집은 잠깐 책방을 했던 적이 있다. 만화책이며, 소설책이며 다양한 책을 대여해주는 책방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컴퓨터나 인터넷이 빨라 콘텐츠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만화책이 제일 재밌을 때였다.


 공부도 안 하는 내게 소설책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그림 하나, 사진 하나 없이 글자만 빼곡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공부와 마찬가지로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런데 만화책은 정말 재밌었다. 특히 성장 만화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빠지게 되었던 만화책들은 대부분 일본 만화책이었다. 닌자, 운동, 요리,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만화책을 읽었다. 일본 만화책의 특징은 대부분 주인공이 초짜에서 노력을 통해 고수가 되어가는 스토리였다. 돌아보면 내가 좋아했던 만화들은 모두 이런 스토리였다.


 공부도 안 하고, 책도 읽지 않고, 만화책만 읽던 내게 부모님은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오히려 그것도 다 도움이 된다며 재밌게 보라고 하셨다. 그 때문이었을까. 어렸을 때 안 본 만화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순정만화 같은 만화책들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 본 적이 없다.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을 만화책과 함께 보내고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골에서 지냈던 때와는 달리 대학교는 서울에서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놀 거리가 정말 많아졌다. 만화책은 자연스레 멀어졌고, 이번에는 춤에 빠지게 되었다.


 텔레비전에 나와 연예인들이 추는 춤이 아닌 비보이에 빠지게 되었다. 요란한 음악에 현란한 몸동작은 나를 자극하고 말았다. 그렇게 학교 수업 시간 외에는 춤만 췄다. 공강 시간에도 춤을 췄고, 수업이 다 끝난 시간에도, 심지어는 주말에도 춤만 췄다. 물론 거의 매일같이 술도 끼고 살았다.


 그렇게 대학교에서 1년을 보내고, 춤 때문에 1년을 더 보냈다. 2년을 놀면서 보내고 나니 군대를 더 미룰 수는 없었다. 군대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난 지금까지 뭘 한 거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등 남자들이 군대를 앞두고 하는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의논할 사람은 없었고, 그 상태로 한참을 방치됐다. 


책 읽기를 시작하다



 그러다 문득 '책이라도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서 책 좀 읽으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이유도, 의미도 없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독서에 관해 조언을 구할 곳이 없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독서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무 책이나 잡히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기록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때라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기억이 없다. 기록도 없다.


 아마 자기계발서류의 책이었을 것이다. 만화책만 읽던 사람이 갑자기 문학을 읽는다거나, 시집을 읽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입대를 앞두고 시작된 독서는 군대에서도 계속됐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계획'이라는 걸 세워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를 하면서 어떤 계획을 세울까 고민하다 무작정 '책 100권만 읽어보자'라는 계획을 세웠다. 어떤 책인지, 왜 읽는지에 대한 목표도 없이 그저 많이 읽어보기로 했다.


 군대에서의 잡독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쉴 틈 없이 바쁘다는 훈련소 생활에서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입대를 할 때 책을 가져갈 수는 없었기에 훈련소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다 찾아다 읽었다. 쉬는 시간이면, 낮잠 시간이면, 청소가 끝나고 쉴 시간이면 무조건 책을 집어 들었다.


 읽다 보니 재미가 들려 활자중독(?)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치약에 있는 성분표를 읽는다거나, 소화기에 있는 주의사항을 읽는다거나 글자가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 읽어댔다.


 그렇게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됐다. 그곳에서도 나의 독서 습관은 계속되었다. 남들이 누워서 쉴 때면 책을 읽었고, 텔레비전을 볼 때면 책을 읽었다. 주말에 낮잠을 잘 때도 책을 읽었다. 월급의 반은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약 2년간의 군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계획했던 '책 100권 읽기'를 달성한 상태였다. 분명 그 당시에는 어느 수첩엔가 읽었던 책의 목록을 정리했었는데 그 수첩을 지금은 찾을 수 없다. 그렇게 계획했던 책 100권을 넘어 대략 130~150권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독서에 대한 기대



 난 주변 사람들에게 '책 많이 읽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다. 수시로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연락이 오고,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책이 있는 곳에 가면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보면 간혹 대단하다고 하거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군대에서 '책 100권 읽기'라는 계획을 달성하고 사회에 나오면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그러니깐 책을 읽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놀았는데, 책을 읽고 생각이 깊어지니 오히려 걱정만 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람들은 흔히 고민이 생기거나, 삶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에서 해답을 얻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종종 내게 본인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것이 고민이니 도움이 될 책 좀 추천해달라고 한다. 마치 책 한 권 읽으면 인생의 답을 알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고 변한 것들



 물론 독서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책 100권 읽기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부터는 달라진 것이 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그 고민에 대해 상대방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무언가 이득을 얻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고민이 많던 시절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자 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내게 고민 상담을 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 물론 듣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천천히 글로 풀어나갈 것이다.


 난 책을 읽고 나서 삶이 변했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공부도 하지 않아 등수를 셀 때 뒤에서부터 세야 했고, 밤새 게임을 하기도 했고, 한 달 내내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삶은 많이 다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난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아침 5시 반이면 일찍 일어나는 시간에 속한다(물론 일을 할 때는 아침 4시에 일어났다). 하루 종일 낭비하는 시간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강연을 요청하기도 하고, 멘토가 되어달라 요청하기도 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그렇다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예? 명성? 돈? 사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하다. '배움'이 목마르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나서 이제야 깨달은 것이 있다. 그동안 학교 다니면서 배운 것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들은 어느 것 하나 살아가면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에 나와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이미 과거의 것들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주입식으로 교육을 하는 나라의 학교에서는 '질문'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학교 대신 책에서 수많은 질문을 찾는다. 그리고 또한 책을 통해 해결해나간다. 안 되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간다. 살아가며 필요한 지식도, 지혜도 모두 책에서 얻는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스스로 찾아 깨닫는 것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것을 나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 누군가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지금 스무 살이라면, 아니 나이가 어떻든 독서를 하지 않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꼭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5년 뒤 지금 시작하지 않은 것을 다시 후회하게 될 테니까.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시작하는 것이 큰 선물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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