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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21. 2016

#4. 연애는 사랑일까?

연애가 항상 힘든 이유

'연애하고 계신가요?'


사랑, 연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단어입니다. 지금 연애를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연애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스무 살이 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누구나 아름다운 연애를 꿈꿉니다. 요즘은 워낙 어릴 때부터 연애도 하고, 안 해보는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스무 살 전의 연애와 스무 살 이후의 연애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만나던 만남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 성인이 된 후에는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예상했던 즐거움과 기쁨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큰 아픔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감정으로 만나다가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멀어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이는 그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크게 와 닿는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애를 하면서 좋은 감정에서 다양한 감정으로 나아가는데요.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스무 살 이후의 연애, 그 이전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또한 무엇을 좋아하는 감정이라 부르고, 무엇을 사랑하는 감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성인이 된 이후의 연애는 그 전의 연애와는 조금 달랐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리 헤어지자'라고 쉽게 말하던 어린 시절의 연애. 만남과 헤어짐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처음에 서로에게 호감을 표하고, 누군가 상대방에게 만나자는 고백을 하기 전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자석과 같다. 자석은 같은 극끼리 마주하면 서로를 밀어내게 된다. 반대로 서로 다른 극을 가까이하면 서로를 당기는 힘이 강해져 쉽게 붙어버린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로 다가가야 한다. 누군가는 한 발짝 더 다가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 '용기'라는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연애에 필요한 한 발짝을 더 나아가 서로 당기는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콩깍지라는 유혹


 연애를 해봤거나, 해보지 못했더라도 주변의 연애에서 이런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로 강하게 끌리는 힘에 의해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의 좋은 점만 보이게 된다. 주변 사람이 보기에는 분명히 단점이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그게 어때서?'라고 한다. 심지어는 단점마저도 사랑한다고 한다. 이때 우리는 흔히 '콩깍지에 씌였다'라고 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빠지게 되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고, 뭐든 함께 하고 싶고, 상대방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항상 알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같이 있는 시간은 점점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서로에 대해 더욱 깊게 알아가게 된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했던 연애. 그때는 콩깍지에 씌인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밥을 먹을 때든, 공부를 할 때든, 놀 때든 언제든 함께 있었다. 무얼 한다는 자체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그 시간 자체가 좋았던 것이다. 물론 상대도 그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을 느꼈다. 같이 있는 것은 좋지만, 간혹 혼자 있고 싶거나 다른 친구들을 만나야만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상대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하루 종일도 아니고 저녁 이후 시간뿐인 경우에도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껍질이 벗겨진 콩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했다. 전에는 단점으로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내가 모르는 새에 살며시 내게 스며들었다.


 전에는 한순간도 떨어지기 싫어하던 내 모습에서 어느 순간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뭐해?', '언제 끝나?'라는 등의 말을 들으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잠시도 가만히 두지를 못하는 건가?' 무언가 할 일이 생기거나 약속이 생겨 자리를 옮길 때가 되면 상대는 떨어지기 싫다며 떼를 썼다.


 하나가 싫어지니 두개가 싫어졌다. 두개가 싫어지니 세 개가 싫어졌다. 그 후로 싫어지는 상대의 모습들만 하나씩 늘어갔다. 끝내 상대에게는 이별을 통보했다. '너무 답답하다'고, '왜 가만히 내버려두지를 못하느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상대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던 처음의 모습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나였다. 내가 좋아하던 상대의 모습을 이제는 싫어하게 된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사랑이 뭔지 몰랐다. 연애를 어떻게 하지도 몰랐다.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 또한 생각해본 적이 없다.


 누구나 연애를 하기를 원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거나, 큰 아픔을 겪은 사람일 것이다. 사랑은 원래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이다. 그때는 콩깍지가 벗겨진 콩을 사랑하지 못했다. 콩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인 줄 몰랐으니까.





 고민상담을 하다 보면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고민, '장거래 연애'의 고민, 헤어졌지만 '상대방을 잊지 못하는' 고민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연애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애는 힘든 것입니다. 연애는 원래 힘든 것입니다. 사람들이 연애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연애의 콩깍지를 보고 시작을 하지만, 곧 '이해'이라는 콩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를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상대방만 깊게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관계, 즉 인간관계에 대해서 알아가게 됩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마음속 깊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등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연애를 해야 합니다. 사랑을 해야 하고,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대방과 가까이 붙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사랑은 '고슴도치' 같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기에 상대방에게 바짝 다가가고, 사랑하기에 상대방을 내 곁에 바짝 붙이면 가시에 찔리기 쉽습니다.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고, 그 거리를 서로 이해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어당기다가는 가시에 찔려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마저도 취업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이 말을 들으시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아주 큰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인데요. 엄청난 성공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말이 있습니다.


 난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생을 성공의 상징으로 본다.

 하지만, 일터를 떠난 내 삶에 즐거움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부는 내 삶의 일부 '사실'일뿐이었다. 병들어 누운 지금, 과거를 돌아보며 나는 깨달았다. 부와 사회적 인정은 결국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 없어져 간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 생명 연장 장치의 불빛과 웅웅 거리는 기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죽음이 다가옴을 느낀다.

 이제야 깨달았다. 삶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에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과의 관계, 예술, 젊었을 적 꿈. 이러한 것들이 부보다 더 중요하다.

 내 삶을 통해 얻은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 넘치는 기억들 뿐이다.

_ Steve Jobs



 위 글은 예전에 제 인스타그램에 스티브 잡스의 말을 요약하고 편집해서 올렸던 글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성공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선망이 됐던 사람조차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기억뿐'이라고 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성공을 이뤄낸 사람조차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사랑했던 기억뿐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깊이 빠져도 보고, 가시에도 찔려보고, 좌절해보기도 해야 합니다. 무섭다고 포기하거나 피해서는 진짜 사랑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치열하게 사랑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치열한 사랑 속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입니다. 상대는 나와 '다른' 사람입니다. 다른 곳에서 자랐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자랐고,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나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치열하게 사랑을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자꾸 잊어버리게 됩니다.


 결혼할 때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해요. 첫 번째는 내가 사랑하고 내가 좋아할 뿐이지 상대에게 대가를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안 맞는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출발할 때는 양쪽이 맞는 건 10퍼센트고 안 맞는 게 90퍼센트에서 출발해서 결과는 공통점 90퍼센트, 차이점 10퍼센트를 목표로 만들어 가면 됩니다. _ p.52

<스님의 주례사>, 법륜



 법륜 스님의 말처럼 결혼뿐만 아니라, 연애를 할 때 사랑을 할 때 안 맞는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해야 합니다. "넌 도대체 왜 그래?"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할까?'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당연하지 않은 행동이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들도 참 많습니다.


 저 역시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연애가 항상 힘든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상대방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봐주고, 이해해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내게 맞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해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것이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말로는 아무리 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것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화'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은 이러니 상대방도 이렇겠지?'라고 짐작하지 마시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대화를 나눠보면 나와 생각이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번에 변화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게 맞추려 하지 마세요. 콩껍질이 벗겨진 콩 그대로를 이해하려 노력해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콩깍지가 벗겨진 콩 역시 얼마나 아름다운 콩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데는 많은 관심과 애정,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어렵죠.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말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하는 말은 같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사랑한 기억뿐'이라고.


 연애는 이해고, 사랑도 이해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나를 이해하는 법 또한 배울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 심지어는 사물을 이해하는 법까지 배우게 됩니다.


 마음껏 연애하세요. 그리고 많은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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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회 예고 :

 '나는 왜 독서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책이라고는 만화책만 읽던 제가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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