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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17. 2016

#3. 학교 밖이 진짜 학교다

아르바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아르바이트 어떠세요?'


20대 중반부터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의도가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후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가 길어지면 어김없이 고민들을 제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입보단 귀를 열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5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지인들부터 모르는 사람들까지, 나이가 어린 사람부터 나이가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다 보니 20대에 고민하는 것은 다들 비슷했습니다. 물론 20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비슷한 고민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고민은 바로 '꿈이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꿈이 없다'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등 본인이 무얼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럴 때 이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아르바이트는 어떠세요?'





첫 아르바이트


 첫 아르바이트는 중학생 때였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는데, 시골에는 일손이 부족해서 큰 행사가 있거나 관광철이면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아는 분의 가게에서 일을 했다. 큰 돈이 필요 없을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는 핸드폰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대학교에 입학하자 다시 시작됐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아르바이트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용돈도 받고 있었고, 1학년이라고 선배들이 항상 데리고 다니며 밥이며 술이며 다 사줘서 좋다고 얻어먹고 다녔다. 돈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돈이 급히 필요하지는 않았다.


 학교 앞에는 자주 가는 음식점 겸 호프집이 있었다. 낮에는 밥 종류를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음식점이었다. 밥도 꽤나 맛있었고, 저녁에 술자리를 가지기에도 맛이나 가격이 괜찮았기 때문에 애용하는 곳이었다. 자주 가다 보니 사장님과 주방 아주머니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장님께서 '알바해보지 않을래?'라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중학교 때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재밌게 한 기억도 있고, 사장님이나 주방 아주머니 모두 내게 잘해주셨고, 자주 오는 곳이다 보니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번호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메뉴, 응대 방법, 세팅방법, 청소방법, 마감 방법 등 일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었다. 첫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어렸을 때라 돈을 만지는 일을 시키지 않았지만,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하는 일에서는 돈 만지는 일도 당연히 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배우는 순간이 너무 재밌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일은 쉬워졌고, 나만의 요령도 터득해나갔다. 오래 일하다 보니 단골도 생기고, 다른 아르바이트생 교육도 하게 되었다. 메뉴 요리법도 조금씩 알아갔고, 재료 주문부터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방법까지 별걸 다 알아갔다.


 이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긴 습관은 그 이후로도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든 내게 큰 무기가 되었다. 물론 한 분야의 아르바이트만 한 것이 아니라 재밌어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해봤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것까지 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아르바이트 경험이 제게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내가 무얼 할 때 즐거운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배운 걸 나누는 것,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것 등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밖의 진짜 학교에서 배운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가서도 배움은 대부분 교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학생들은 교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배우게 됩니다.


 반면에 사회에 나오게 되면 ''과 씨름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책 대신 '사람'과 부딪히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에 참 취약합니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대부분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부모가 시키는 공부를 하고, 남들이 해서 따라 하는 공부를 하고, 사회가 시키는 공부를 합니다. 진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볼 겨를조차 없습니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아오다 보니 꿈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공부가 가장 재밌었다는 사람들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규칙은 실제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우리가 학교를 떠나 사회인으로서 인생을 시작할 때 많은 스트레스와 혼란을 겪는 것이다. _ p.3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티나 실리그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은 사회에서 길러집니다. 우리나라에서든 해외에서든 자신의 능력으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보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꿈이 없었던 과거와 꿈이 확실한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꿈이 무엇인지 분명하다면, 재미있는 일을 즐기며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고, 더 잘하게 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꿈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아르바이트는 어떠시냐고, 사실 이는 20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기업들 중 몇몇은 창업자가 60세가 넘어서 창업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해보고 싶은 것이 '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데 아르바이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경험들을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면, 꿈이 없다면,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해보세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직업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 보세요. 꼭 현재 있는 직업만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서만 공부하지 마세요. 최종 목표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찾아 실력을 쌓고 커리어를 쌓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우물 밖으로 나와 진짜 공부를 해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 아닐까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배가 고픈 줄도, 피곤할 줄도 모르고 일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고통과 걱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_ p.209

<한국의 슈퍼리치>, 신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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