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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14. 2016

#2. 처음부터 완벽한 선택은 없다(2)

딴따라가 되다

'무엇을 가장 후회하시나요?'


지난 화에서는 스무 살 이전의 제 모습을 돌아보았는데요. 이번 화에서는 20대의 제 모습을 돌아보려 합니다.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며 수많은 후회를 합니다.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에 대한 후회 등 수없이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으신가요?





 - 꿈이 시작되다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바로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캠퍼스도 아니고, 교수님도 아니고, 바로 '동아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고 싶던 춤을 이제는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학교이다 보니 댄스 동아리는 하나쯤 있었다. 여기저기 찾아본 끝에 동아리 홈페이지를 찾게 되었다.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동아리 홈페이지에 가입을 했다. 영상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글도 구경하며 대학교 개강날만을 기다렸다.


비보이를 시작하다


 3월 2일, 개강날이 되자마자 동아리로 찾아갔다. 그리 대담하지 않은 성격이라 첫 방문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철문으로 된 동아리방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여는 순간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와 먼지 날리며 춤을 추고 있는 선배님들이 보였다.


 그렇게 내 춤은 시작되었다. 차가운 바닥, 시끄러운 음악, 먼지 가득한 공간. 춤이라곤 비보이 밖에 몰랐던 나는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춤에도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보이뿐만 아니라, 팝핀, 크럼프, 걸스힙합, 방송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그 많은 장르 중에 내가 비보이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냥 하고 싶어서'였다. 댄스 동아리 활동을 수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떤 춤을 고르냐에 따라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다르게 주어졌고, 해당 장르의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다른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죽도록 열심히 하다


 초등학교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만약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비보이를 배우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거의 7,8년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열심히 했겠는가. 춤을 연습할 장소도, 장비도 모두 열악한 상태에서도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좋아하는 것이다 보니 수업을 갔다가 공강 시간만 나면 동아리방으로 돌아와 연습을 했다. 2시간이 공강이면 2시간을 연습하고, 4시간이 공강 시간이면 4시간을 연습했다. 평일에는 수업이 다 끝나면 저녁을 먹고 항상 저녁 11시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연습하기를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실력은 빠르게 늘어갔고, 팀을 꾸려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때로는 혼자 배틀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물론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하더라도 스무 살에 시작했으니 어릴 때부터 한 사람들에게 상대는 되지 않았다.


진짜 즐긴다라는 것


 꿈에 그리던 일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결과에 상관없이 엄청난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공연에서 실수를 하면 슬퍼하기보다는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 대회에 나가서 떨어져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다쳐서 연습을 할 수 없을 때가 더 괴로웠다.


 물론 춤에 미친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춤을 추는 것은 '딴따라나 하는 짓', '공부 안 하는 애들이나 하는 짓', '나쁜 짓'처럼 춤추는 것을 ''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이야 텔레비전에서 댄스 경연대회도 나오고, 오디션 프로도 나오는 등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물론 나쁜 인식이 모두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 역시 이런 인식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내가 춤을 선택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뿐이었다. 즐기면 더 잘하려고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좀 더 잘하게 되니 더 즐길 수 있고, 더 재밌어지면 더 연습을 하게 됐다. 이걸로 '나중에 어떻게 써먹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만의 무기가 되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고, 열심히 했던 춤은 내게 큰 무기가 되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대외활동을 해보고 싶어 지원할 때는 비보이를 한번 보여주면 시선을 확 끌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현대에서 했던 홍보모델을 뽑을 때도 춤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최종 후보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모임만 가면 장기자랑을 시키는데 그곳에서 비보이만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게 봐주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요즘에는 비보이를 했었다는 얘기만 해도 반전 있는 모습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한 마디 말도 못 하던 나였는데, 수없이 많은 무대 경험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스무 살,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춤을 선택했다. 공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다. 그 선택이 내게 이렇게 큰 무기가 될 줄 나는 알고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난 그저 좋아하는 일을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것이 자연스레 내 무기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 대학 신입생분들은 취업 걱정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떤 선택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더 열심히 춤을 추고 싶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같이 춤을 추던 사람들을 더 많이 남기고, 내가 춤췄던 영상이나 사진을 더 남기고, 더 많은 공연과 대회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그때 좋아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라는 것이 희망사항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이 말입니다. '그냥 해볼 걸.' 많은 분들이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에 대한 후회보다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잘되든 안 되든 그 책임은 선택을 한 본인에게 있는 것입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내 인생임에도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내 인생. 선택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선택을 하면
올바른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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