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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Mar 31. 2016

#9. 학점에 대한 고찰

대학은 학점을 따는 곳인가?

당신에게 학점이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그동안의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런 공부를 하게 만드느라 내 귀엔 달콤한 말이 많이 들려야 했다.


 '대학 가서 놀아',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초콜릿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대학은 그리 핑크빛 색을 띄고 있지 않다. 내가 느낀 대학이라는 곳의 색깔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회색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생활의 시작



 처음 대학에 입학할 때의 설렘이 아직도 아련하다.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싶었다.


 어렸을 때의 순수한 로망이었을까. 수업을 들으러 이 강의실에서 저 강의실로 옮겨 다니고, 있어 보이는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걷기.


 또는 친구들과 멀리 엠티를 떠난다거나, 평일에 하루쯤 공강인 날을 만들어 서울 시내를 누비는 일처럼 대단하지 않지만 설레는 상상을 했다. 시간표도 내 마음대로 짤 수 있다니 '듣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들어야지' 생각에 모든 상상에는 설렘이 묻어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입학하니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수업은 내 마음대로 들을 수 없었고, 정해진 교과과정에 따라야 했다. 강의는 고등학교 때와 그 방식이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시는 지식을 받아 암기하는 것이 다였다. 모든 수업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그러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선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방향에 맞춰 공부를 해야 했다.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성격에 재미없는 수업이라니. 성적은 예상대로 나왔다. 내게 학점은 어떤 의미였을까?


서울대 수재들의 공부



 다큐를 보는 걸 좋아하는 난 새로 나온 재밌는 다큐가 있는지 종종 찾아보곤 한다. 그러면서 좋은 다큐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꽤나 기억에 남는 다큐가 있다. 제목을 들으면 아는 사람도 많을 거다.


 그 다큐의 제목은 '서울대 A+의 조건'이라는 방송이었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했던 방송이다. 제목만 들어도 괜히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수재들이 모이는 학교인 서울대학교, 그런 대학 안에서의 수재라니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는 걸까.


 다큐에서 나왔던 서울대 수재들의 공부 방법에서의 핵심을 말하자면 이랬다.


 강의 시간에 열심히 받아 적고,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녹음하고, 시험 때가 다가오면 필기 내용과 녹음 파일들을 다시 듣고 전체적으로 요약을 한다. 그 요약본을 달달 외우는 것으로 공부가 마무리된다.


 다큐 치고는 대중의 반응이 상당했다. 그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이 간다는 서울대, 그 안에서조차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 그들의 공부 방법은 단순했다. 아마 방송을 챙겨본 사람은 별로 없을지 몰라도, 어떤 내용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고 있었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깊게 파고드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만점과는 거리가 먼 점수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시험을 볼 때 교수님의 의견과 다름에도 교수님의 의견을 답으로 적어 넣는 학생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대답은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대학교라 했다. 그런데 그 똑똑한 사람들이 교수가 하는 말을 그저 달달 외우는 공부를 적게는 4년, 많게는 6년 이상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학점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고졸의 알바생



 20대 후배들의 고민상담을 해주면서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스타 서빙'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이효찬 씨다. 최종 학벌은 고졸이지만, 알바에서 시작해 강연도 하게 되고, 책도 출간하게 된 사람이 있다.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그 역시 20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족발집에 찾아갔다. 흔히들 '사장 마인드로 일하라'고 하는데, 그는 '내가 사장이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얼핏 보면 비슷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그저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정말 사장처럼 일을 했다. 가게에서 문제가 되는 점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손님 응대법, 청소법, 메뉴 세팅법, 메뉴 개발, 직원 간의 소통 등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했다.


 심지어는 주변에서 상가를 운영하시는 분들과도 친해져,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그가 달려가 쉽게 해결했다고 한다. 알바생의 신분인 그의 노력으로 가게 매출은 오르고, 유명세를 탔다. 심지어는 손님이 찾아와 대기업 입사 제안을 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의 노력을 높이산 가게 대표는 그에게 다양한 혜택을 줬다. 1년에 천만 원은 하는 피트니스 회원권에 급여도 많이 주고, 잠을 잘 수 있는 집을 제공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노력은 점점 더 유명세를 탔고, 그것이 강연을 하러 다니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그와 함께 책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가게 일은 그만두고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사업을 시작한다며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알아보지 않아서 그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효찬 씨에게 대학은 무엇일까? 그에게 '대학교 학점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 대답할지 궁금하다.


학점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은 왜 다녀야 할까?', '대학 나오면 뭐 먹고살지?' 죽어라 공부만 해서 대학을 왔는데, 기껏 와서 드는 생각이 '왜 대학에 왔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을 해주다 보면 이런 고민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대학을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부터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이다, 졸업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전공으로 취직은 될까라는 등의 고민을 자주 듣는다.


 사실 이런 고민은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나 역시 똑같았지만,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주변에서 가라니깐 맞춰 공부를 하게 된다. 대학에 가야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에 다다를 수 있는 걸까?


 앞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았다. 서울대 수재들에게 학점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또 이효찬 씨는 학점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직접 대답을 들을 수는 없어 아쉽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에 앞서 '학점은 내게 무엇을 의미할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학점을 잘 받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요', '학점이 높으면 취직에 유리해요', '할게 없으니 학점이라도 높아야죠', '남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요'


 수많은 사람이 있듯이, 수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학점이 높다고 잘 사는 것도, 학점이 낮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가, 주위 사람들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요즘 취업이 어렵다는 철학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그게 나를 더 잘 아는 방법일 테니까.


 ''가 빠진 사회, ''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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