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받은 원고 요청
책, 어떻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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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OOO에 올라갈 원고 요청드립니다.'
'스팸인가?' 했다. 요즘 워낙 메일이며 전화며 스팸이 많기에 익숙지 않은 전화번호나 메일은 대게 스팸으로 인식된다. 혹시 여기서 말하는 스팸을 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다시 한 번 메일의 제목을 자세히 읽어보고 메일을 열었다. 다행히도 스팸 메일이 아니었다.
메일은 정부 산하 기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의 홍보 담당자에게 온 것이었다. 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보고 원고를 써달라는 메일이었다. 나의 독서법에 관하여 글을 써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원고 요청을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신기했다. '내가 벌써 원고 요청을 받을 실력이 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만심이 반이었고, 의구심이 반이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전공과도 전혀 무관하고,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는 내게 원고 요청이 왔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해봐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혼자 열심히 하고 있던 일을 누군가 알아준 것 같아 기뻤다.
답장을 보내고 하루가 지나 다시 답장이 왔다.
'도서관에 사는 남자님의 독서법을 써주세요.'
최고의 독서법이 아닌, 모두의 독서법도 아닌 내 독서법을 써달라고 했다. 더불어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내 독서법은 무엇일까? 요즘 서점에 가보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이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책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아주 많이 읽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독서법은 많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 그만큼 많지는 않을 거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만의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독서법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컴퓨터처럼 바로 대답을 하지는 못할 거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신만의 독서법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도 정답이 없듯이 독서법에도 정답이 없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 정답이라면 정답일 수 있겠다.
그래서 내 독서법에 관한 원고 요청을 받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원고료도 받고 글을 쓰는데 잘 쓰자'라는 생각에 글을 끄적거리면 거릴수록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 이것이 작가의 무게일까 싶었다.
이렇게 열심히 글을 읽고, 쓰다 보면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될지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질 거다. 그러면 원고 요청도 가려서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했던가.
개구리가 됐을 때 올챙이적 생각을 잊지 않도록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자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난 올챙이도 아니고, 개구리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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