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도서관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바뀌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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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서관에 도착하면 열람실 자리는 거의 비어있다. 도서관은 정적인 공간인만큼 다들 자리에 앉아 조용히 각자의 할 일을 한다.
그런데 유독 바쁜 분이 계신다.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님이다. 열람실 밖에 있는 가득 찬 쓰레기통 청소부터 화장실 청소, 열람실 바닥과 책상 청소 등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청소를 마치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신다..
원래 청소를 해주시던 분이 계실 때는 도서관에 도착하면 열람실 문과 창문이 모두 열려있었다. 밤새 쌓인 무거운 공기와 퀴퀴해진 냄새는 금세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얼마 전부터 도서관에 도착하면 열람실 문과 창문이 굳게 닫혀있다. 도서관을 청소해주시는 분이 바뀌셨다. 항상 같은 시간에 열람실에 들어와 청소를 하시던 분 대신 적막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매일 앉는 자리는 밤새 누가 앉았는지 책상이며 바닥이며 쓰레기로 뒤덮여있다.
항상 같은 시간이면 내 앞 책상을 청소해주시고, 구석진 자리에 앉는 내 주변을 청소해주셨다. 고마운 마음에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드렸더니 내게도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셨다.
새로 오신 분께서는 청소를 마치시더라도 구석진 내 자리 주변은 여전히 지우개 가루와 휴지들, 머리카락과 먼지들로 가득하다. 내가 앉아 있어 배려를 해주시는 건지, 아니면 구석까지는 손이 닿지 않으시는 건지 모르겠다.
새삼 전에 청소를 해주시던 분께서 참 꼼꼼했구나 싶었다. 분명 같은 돈을 받으며 일하실 텐데 이렇게도 다르구나. 어찌나 열심히 움직이셨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추운 겨울에도 외투를 벗고 청소를 하시던 분. 왠지 그분이 그리운 아침이다.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사라질 때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구나. 가끔은 당연하지 않다는 듯 잠시 사라져 돌아오는 것도 좋겠다. 익숙함에 젖어 당연하다 느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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