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시험
'도서관에 사람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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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대학생들 시험기간인가 보다. 평소에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자리가 절반쯤 찼었는데 요즘은 아침에만 여유롭고 오후부터는 숨 막힐 듯이 가득 찬다. 물론 가방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발도 들이밀지 않던 곳을 시험 기간만 되면 부리나케 찾아갔다. 평소에는 텅텅 비던 열람실이 시험 기간만 되면 모두 공부만 하는 학생인 양 가득 찼다. 물론 나도 그 학생들 중 하나였다.
내게 시험은 섬광 같은 것이었다. 시험 보기 바로 전부터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고 나오면 공부했던 내용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기를 총 10여 년. 학교에서 배운 것치고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시험은 내게만 섬광 같은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섬광 같은 것이었다. '대학만 가면 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라는 부모의 말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금세 알게 된다.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다 보면 금세 시험이 찾아온다.
대학에 입학하고 길어야 두 달이면 첫 번째 시험이 찾아온다. 첫 번째 시험인 중간고사를 잘 치르고 실컷 놀다 보면 금세 기말고사가 찾아온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중간고사로 이어진다. 졸업을 하더라도 시험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취업,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더 큰 시험이 만신창이가 된 졸업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에서 정신없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금 이 시험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시험이 끝나는 순간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대학 졸업이라는 큰 시험이 끝나면 취업이라는 더 큰 시험이 기다린다. 취업을 해도 승진이나 이직, 사람과의 관계 등 수많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퇴직, 명퇴, 해고 등 직장을 떠난 후에는 인생의 가장 큰 시험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시험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한숨 돌리겠지' 하더라도 금세 생각지 못했던 다른 시험이 찾아온다. 어렸을 때 부모가 말하던 '시험 끝나고 실컷 놀아'라는 순간은 어쩌면 평생 오지 않을 순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온다면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시험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르게 찾아온다. 시험을 매번 벗어나야 하는 족쇄로 보지 말고, 한 단계 넘을 때마다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뜀틀로 보는 건 어떨까? 실패도 다르게 보면 기회로 보이는 법이다. 매 시험이 찾아올 때마다 '이번만 잘 넘기자'라는 생각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이면 좀 더 나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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