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걸어나가는 힘
"제가 만나자고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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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 알게 된 분이 계신다. 사진과 글을 종종 올리시는데 글을 짧게 올리심에도 그 깊이가 남다름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SNS 상이지만 나와 가까이 지내시는 분이라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배울 점이 많겠다 싶어 언젠가 한번 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대한 답글을 주고받으며 친해지다 몇 개월쯤 지났을까,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꼭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올해 초였고, 메시지로 연락을 드리니 대뜸 연락처를 보내주셨다. 3월 초쯤 시간이 되니 한 번 만나자고 하셨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따로 시간 내기가 어려워 결국 제때 연락을 못 드렸다. 그렇게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러다 못 뵙겠다 싶어 꼭 시간을 내겠다 마음먹고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결국 일주일 뒤 평일 저녁에 만나 뵙기로 했다.
처음에는 내가 있는 곳을 물으시며 이쪽으로 오시겠다 하셨는데, 그건 아랫사람의 도리가 아닌 거 같아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SNS에서 알게 된 분을 만나는 자리가 성사됐다. 전에는 잘도 만났는데 요즘에는 내 일에 너무 몰두하느라 다른 약속을 잡고 싶지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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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층 구석으로 와요."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연락을 드리니 방금 도착하셨다며 카페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기대 반 걱정 반 두근거리는 마음에 계단을 오르니 뒤쪽에서 한 분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계셨다.
그동안 사진으로 많이 봬서 어색한 느낌은 아니었다. 연세는 우리 부모님과 동년배이신 것 같고, 어른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권위나 우쭐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시는 일은 남들을 치료해주는 일을 하고 계셨고, 팔에 자그만 문신도 하셨을 만큼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셨다.
앉아계신 테이블 위를 보니 두꺼운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책을 읽고 계셨나 싶어 여쭈니 내게 주고 싶은 책을 가져왔다고 하셨다. 평소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걸 아시는지라 첫인사 역시 책으로 하고 싶으셨나 했다. 고전에 관한 책이었는데 어찌나 많이 읽으셨는지 그 두꺼운 책 표지가 반원을 그리며 구부러져 있었다.
가벼운 인사로 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서로에 대해서 알아왔던 이야기부터 가치관, 교육, 가족, 인생, 취미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만나 뵌 건 처음이었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그분의 이야기 중 가장 신기했던 점은 그 연세에도 항상 좋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신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직 젊고 책임질 것도 많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마음껏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나이가 들면 이렇게 계속 배움과 좋은 사람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미 한참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는 법인가 보다.
나이가 많다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또래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젊은 청춘들과 수많은 인연을 맺어오고 계셨다. 특히나 자신의 삶을 열심히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만 찾아 만나시는 듯했다. 그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왠지 열심히 멋지게 사는 청년들을 어른으로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신 듯했다.
"내가 왜 만나자고 했냐면... 난 지지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대화를 하다 문뜩 생각이 나셨는지 내게 만나고자 한 이유를 들려주셨다. 항상 동생들을 챙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 읽고 꾸준히 배우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주고 싶어서 만나자 했다고 하셨다.
내 예전 고민을 꿰뚫어 보셨는지, "지금 하는 일이 돈도 안 되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꾸준히 해요. 영표 씨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말을 하셨다. 역시 깊이가 다른 분이시라는 것을 느꼈다. 이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되고자 하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계신 분께서 내게 이런 말을 하시니 이대로 살아도 좋겠구나 싶었다.
한 명 두 명, 내 인생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늘어간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에 접어들었을 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고 등을 돌렸다. 뒤에서 수근거렸고, 때론 내 귀에 들려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고했고, 그 일을 할 때 가장 즐겁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차가운 세상을 따듯하게 만들고 싶었다. 우선은 내 주변만이라도.
인생이라는 것이 강을 건너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튼튼한 다리로 건너는 방법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 건너니 다른 방식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잘못된 방법이라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강을 다리로만 건너본 사람은 다리가 무너지면 강을 건널 의지도 함께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방법으로도 강을 건널 수 있다'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남들이 가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강을 건널지 생각을 한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남들이 간다고 무작정 따라가거나,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그것만 들을 필요가 없는 게 인생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또 그 방식이 내게 정말 옳은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길이고, 나를 찾는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 혼자 걸을 때보다는 당연히 여럿이 함께 걸을 때가 더 멀리 걸을 수 있는 법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내 곁에 끌어 모으자. 진짜 인생을 찾아 여행하는 데 그만한 멋진 동행 상대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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