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재학생만 가능합니다

소속 없이 홀로서기

도서관 오는 길에 '추천도서 독서감상문 공모전' 현수막을 보았다. 이제는 학생도 아닌데 대학 알림 게시판이나 홍보 현수막들을 잘도 보고 다닌다. 종종 관심 있는 주제의 홍보물이 있으면 멈춰서 자세히 읽거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시 꺼내보는 일은 없지만.


매일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나오다 보니 책이나, 독서, 글쓰기에 관련된 홍보물을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독서감상문 공모전 현수막 역시 그랬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바랐는지 책을 빌리러 서가에 들어서면 가장 공모전 홍보물이 보이도록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촉하는 듯하다.


공모전은 인문학·과학·예술 세 분야의 추천도서 20권 중 한 권을 읽고 정해진 양식에 맞춰 감상문을 써내는 것이다. 누가 추천도서를 선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있었다. 어차피 책을 읽으면 감상문이나 서평을 쓰고, 좋은 책을 읽는 걸 좋아하기에 공모전을 신청하기로 했다.


공고를 자세히 살피니 참가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대학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공모전이니 혹시 재학생만 참가가 가능한가 싶어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졸업생도 공모전 참가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졸업생은 안 된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앞으로도 독서를 통해 큰 경험과 축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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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닐 당시에도 도서관에서 이런 공모전을 주최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재학생이었다면, 참가 조건이 충족되었더라면 바로 신청을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야 했다.


대학을 다닐 때는 몰랐지만 졸업을 하고서야 깨달은 바가 있다. 소속이 사라진다는 점과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졸업생이 되는 순간 대학에서 받던 혜택도, 대학생의 특권도 모두 사라진다. 매정하게 외부인으로 취급된다.


이때부터 각종 공모전이며 행사며 '참가대상'이라는 조건을 봐야만 했다. 아무대로 대학교에 붙어있는 홍보물들이다 보니 대학생들이 참가 대상인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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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내며 수년 간 대학을 다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졸업을 하고 나니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대학생으로서의 특권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릴 수 있는 혜택 다 누리고, 특권도 잘 활용해야 했었는데 누구 하나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찾아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안 한 것도 있지만.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속감이 사라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누구는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가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면 실패한 인생인 마냥 좌절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양면을 잘 취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왜 소속감을 가지지 못해 안달일까? 그건 어딘가에 소속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은 아닐 거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면 자신의 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히려 나만의 개성은 혼자 있을 때 더 빛을 발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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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독서감상문 공모전,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다들 취업도 안 되는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딨냐며 아우성인 시대인데. 그래도 내가 모르게 어디선가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대학생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나고서야 알았지만, '나는 어디 소속'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은 한 때이고, 사람의 인생은 한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생이라면, 또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찾아가며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혼자 서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든 결국은 혼자 서야 할 때가 올 테니까.


오늘도 난 공모전 현수막을 지나쳤다.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와 단 둘이 대화하는 시간, 그 시간이야말로 비로소 나를 알고 개성을 찾는 시간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혼자 서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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