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속의 행복
"잘 돌아갔죠?"
멀리서 찾아온 당신. SNS에서 처음 알게 돼, 먼 길을 달려 직접 찾아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꽤나 오랜 기간을 온라인상에서 알고 지냈지만 실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멀리까지 찾아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당신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내 이야기가 전혀 공감되지 않는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질문도 별다른 대답도 없는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말이죠.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나 걱정은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도 항상 똑같았어요.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이유는 대부분의 만남이 좋았기 때문이죠.
당신과 대화하는 시간 동안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실 주제로 따지자면 몇 가지 안되지만,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중에서 하나의 이야기만 더 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난 원래 다른 사람의 생활에 사사건건 질문을 하진 않아요.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리는 편이죠. 그래서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궁금해도 당신에게 직접 묻지는 않았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당신은 자연스레 내게 이야기했어요.
지금 하는 일을 듣고, 왜 그 일을 선택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당신은 '돈을 모으려구요'라고 했어요. 돈을 모아서 해외로 나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죠. 그래서 꿈이 뭐냐 물으니 이런저런 대답을 했지만, 내 생각에는 확실한 꿈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꿈을 찾아 떠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중이었을지 모르겠네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참 아이러니해요. 꿈이 뭐냐 물으면 각자 저마다의 대답을 하는데, 지금 꿈을 위해 무얼 하고 있냐 물으면 대부분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해요. 꿈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한 걸까요?
물론 어느 정도의 돈은 분명 필요할 거예요.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사 입어야 하고, 문화생활도 해야겠고, 잠을 잘 집도 있어야겠죠. 그런데 꿈이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면서 이런 것들을 다 하다 보면 결국 꿈이나 미래를 위한 돈이 남기나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남들 다 하는 취업해서 열심히 돈을 벌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퇴직을 하게 돼요. 아무리 늦어도 예순이면 남의 직장에서 나오게 될 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적어도 2,30년은 더 살겠죠. 퇴직을 하고 2,30년 동안 과거에 못했던 꿈을 좇고,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더욱 힘들어하죠. 수십 년 다녔던 회사에서 배웠던 기술들은 퇴직을 하고 나면 그다지 쓸 곳이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직업전문학교에 어르신분들도 많이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그분들은 꿈이나 미래를 위해 돈을 하나도 모으지 못한 것일까요? 왜 나이가 들어서도 돈을 벌려 아등바등 거리시는 걸까요?
"왜 돈을 벌어요?"라는 질문에 당신은 "해외로 나가려구요"라는 대답을 했죠. 나는 다시 물었어요. "해외는 왜 나가는데요?" 당신은 장황한 대답을 내어놓았죠. 그렇게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당신은 결국 말문이 막혔어요. 돈을 버는 이유가 편안하게 살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삶이었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있어요. 누구는 '내 가게를 갖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라고 하기도 하고, '건물을 사서 월세 받으며 살 것이다'라고 하기도 해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돈을 모아서 일을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월세를 받으며 매일 놀기만 하는 삶은 재미가 있을까요?
'우선 돈부터 모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를 생각해봐요. 내 명의로 된 건물이 수없이 많아 직장인들의 몇 배는 되는 월세를 받으며 편하게 사는 삶도 좋겠죠. 그런데 정작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낄까요?
행복은 풍족함이 아닌, 결핍을 충족시키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휴식은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고 난 후에 더 달콤하죠.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무언가를 샀을 때 보람을 더 많이 느끼기도 하죠. 휴식만 취한다고, 사고 싶은 물건을 모두 살 수 있을 만큼 풍족하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건 아니에요. 열심히 공부하고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얻었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죠. 또, 열심히 일하고 일에서 벗어나 땀을 식힐 때 휴식이 가장 달콤하죠.
당신은 무작정 꿈을 위해, 미래를 위해서만 돈을 벌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지도 않았으면 해요. 인생이란 당장 오늘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데, 먼 미래는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거든요. 미래만 바라보지 말고 지금부터 꿈을 찾는 게 좋을 듯 싶어요.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고, 즐거웠던 시간들을 하나씩 적어보세요. 분명히 내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가 언제인지 실컷 고민해봐요.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공부를 해봐요. 이제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해요. 무언가 자꾸 알아가고 배우다 보면 나에 대해서 더 정확히 알게 돼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 같은 것들을 말이죠.
물론 돈을 벌어야만 하는 때도 있을 거예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내가 행복했던 순간과 즐거웠던 시간들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해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남의 사업을 키워주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결국엔 내 삶을 살아야죠.
열심히 꿈을 찾으며 걷다가 막히는 일이 생기면 연락해요. 내 이야기라도 듣다 보면 더 앞으로 걸어나갈 힌트를 발견할지도 모르잖아요? 인생, 살아지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나갑시다!
이전 글 : #4. 고민, 그리고 선택
다음 글 :
'브런치' 구독하기 :
1. 브런치 구독 - 상단의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