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아홉 번째 편지
이번 고민도 '연애'에 대한 고민입니다. 많은 분들이 고민우체통에 편지를 보내주고 계신데요. 많은 분들이 사랑과 연애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렵게 생각할수록 연애는 어려운 법이고, 쉽게 생각할수록 또 별거 아닌 것이 연애인 것 같습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민을 들어주신다는 글을 우연히 보고 고민을 보냅니다.
대학을 입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저만 좋아해 주는 동갑내기 남자 친구가 있어요. 이미 두세 번 고백을 받았지만 거절을 했었죠. 거절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저라면 그 친구보다 좀 더 키도 크고 듬직한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던 거 같아요.
사실 그 친구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는 그 친구에게서 남자다운 면을 찾아보기 힘들어서였어요. 키도 작고 말라서... 제가 바라던 남자 친구의 듬직함은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함께 어울려 다니다 보니 그 친구의 순수함을 알게 되었고, 저 한 사람만을 바라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친구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도 조금은 그 친구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얼마 전 그 친구는 다시 용기 내 제게 고백을 했어요. 하지만 전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분명히 이 친구가 마음에 드는데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이 친구가 좋은데 사귀는 게 맞는 걸까요?
젊은 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나에게 고백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능력 있고 멋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상대방의 고백을 거절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고백하는 사람은
왜 매력이 없을까?
예고되지 않은 고백은 대부분 거절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남녀가 연인이 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둘 중 한 명이 고백을 하고 상대방이 승낙을 하든지, 아니면 고백은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연인이 되든지 둘 중 하나다. 결국 상대방에게 '난 당신에게 관심이 있습니다'라는 마음을 표현해야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내게 먼저 고백을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에서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 내게 고백을 하더라도 '왜 저 사람이 날 좋아하지? 저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진 사람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 때문에 친밀감이 생기기도 전에 하는 고백은 거절받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겠다.
내 짝을 고를 때 무엇이 중요할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내 짝을 골라야 할까? 키? 몸무게? 능력? 사실 사람들의 이상형을 들어보고, 후에 그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을 보면 본인이 이야기했던 이상형과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한 마디로 우리는 본인의 진짜 이상형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상대방의 훤칠하거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다. 그런데 막상 그런 사람을 만나보면 상상했던 연애와 다른 점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 후로 이상형은 조금씩 바뀌게 된다. 외모에서 마음씨나 성격으로 이상형의 기준이 바뀌어 간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외적인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건 아니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답은 없다. 짝을 고르는 한 가지 기준만 있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연인과 부부들이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간다.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이별도 경험하면서 내게는 어떤 사람이 어울리는지도 차츰 알아가게 된다.
내 짝을 고를 때 중요한 점은 바로 '경험'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를 찾아가듯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경험하며 진짜 내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가게 된다. 어쩌면 어떤 사랑을 할 것이냐 보다 어떤 사랑을 해왔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을 속이지 말자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더라도, 친해지면서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할 수 있다. 물론 이 감정의 변화가 친근감인지 사랑인지는 알 길이 없다. 상대를 바라보는 내 감정이 달라졌다면 일부러 무시하려고 하지 말고 감정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
나이가 젊을수록 머리에서 하는 말보다는 가슴에서 하는 말을 듣는 것이 좋다.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감 놔라 배 놔라 말들이 많은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딱히 들을 필요가 없다. 남들의 말을 들어서 연애가 잘 되면 고맙다 할 수 있겠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남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간다면 그냥 가보자. 스스로 본인의 감정을 숨기려 하지 말고 마음 가는 데로 따라가 보자. 갔다가 아니면 잠시 멈춰서 다음에 갈 길을 찾으면 되고, 막상 갔는데 즐거운 길이라면 그대로 쭉 가면 된다.
그렇게 내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 머리도 알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머리가 말하는 바와 마음이 말하는 바가 일치하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