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셰프를 보며
즐겨보는 예능 중에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방송이 있다. 게스트의 냉장고를 셰프들에게 맡겨 셰프들끼리 요리대결을 펼치는 방송이다. 이 방송에는 일곱 명의 셰프와 한 명의 웹툰 작가가 나온다.
셰프들 중에 요리하는 모습이 보기 즐거운 셰프가 있다. 바로 최현석 셰프다. 분자 요리라는 특이한 요리법을 활용하기도 하고, 음식에 간을 할 때 소금을 강하게 뿌리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분명 누군가는 요리가 장난이냐며 불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 모습 또한 즐기는 팬이다.
셰프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착각하는 점이 있다. 셰프라면 으레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런 셰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셰프도 있다. 최현석 셰프 역시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셰프였다. 그런 그는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그만둘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2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요리를 해와서 휴식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함께 방송에 출연한 레이먼 킴 셰프는 최현석 셰프나 샘 킴 셰프만큼 한 레스토랑에서 오래 일한 셰프는 없다고 했다. 그런 그는 왜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곱지만은 않은 시선
이 방송이 나가고 최현석 셰프의 이야기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최현석 셰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 모양이다. '셰프라는 사람이 힘들어서 쉴 거면 방송을 쉬어야지 일을 그만두면 되겠나?'라는 시선이었다. 요리도 잘하면서 방송까지 많이 나오니 시투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나 보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얼마 전 정형돈 씨가 무한도전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많은 무한도전 팬들이 아쉬워했다. 나를 포함해서. 그런데 어느새 누리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었다. '진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맞느냐', '무도는 하차하면서 왜 다른 프로에는 나오냐' 등의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관여하려 할까? 최현석 셰프나 정형돈 씨의 선택은 본인의 삶에 대한 선택인데 왜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을까? 물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잘못된 선택이라면 충분히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잘못된 선택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비난을 하는 걸까?
남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닌 것 같고, 화풀이하고 싶어 비난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단순히 본인의 즐거움을 뺏는다는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일까? 그 사람의 부모라도 되는 양 그들의 선택에 훈계를 할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일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모두 알 수 없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모두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최현석 셰프든 정형돈 씨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을 내리는 데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것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이 내 결정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면 정말 황당할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택이 아닌 한, 다른 사람의 선택에 비난이 아닌 응원을 해주는 건 어떨까. 선택에도 어렵게 한 선택과 쉽게 한 선택이 있겠지만, 누군가 나의 선택을 응원해줬을 때 만약 그 선택이 어렵게 한 선택이었다면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 내 응원을 받은 사람이 잘 되고 행복한 에너지를 풍기는 것 역시 나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최현석 셰프는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그만두고 휴식을 조금 취하고 싶다고 했다. 요리에 좀 더 전념하기 위해 방송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의 레스토랑을 내면 찾아와 달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무대의 크기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현석 셰프가 그렇다. 요리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졌지만 이제는 요리 방송만 틀며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런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인테리어를 하는 프로에 나왔다면 그건 생각을 다시 해볼 문제겠지만, 요리하는 사람이 요리하는 방송에 나온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셰프의 입장에서 보자면, 본인의 음식 외에도 훌륭한 셰프들의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말이다. 심지어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셰프들의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맛만 보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요리 대결도 하게 된다.
제한된 재료나 규칙이 주어지기도 하고,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기회와 경험들을 통해 본인의 실력을 더욱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설 무대의 크기는 본인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요리사라고 단순히 본인의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회를 통해 요리하는 무대를 넓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무엇이 잘한 선택이고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펼칠 무대가 서로 다 다르다는 말이다.
나의 무대는 어디일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에서 나온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 위함'이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직접 만나서 응원을 건네는 방법이 있고, 멋지게 살아가서 롤모델이 되는 방법이 있다.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 무작위 다수에게 힘이 되어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그 일을 하는 방식이나 무대의 크기는 상관이 없다. 무대의 크기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이제부터는 남의 무대의 크기를 판단해주지 말고 내 무대의 크기를 가늠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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