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을 보고
며칠 전 영화 한 편을 봤다.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였다.
2009년 1월 15일 조종사를 포함해 155명이 탄 비행기가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서 이륙했다.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비행기는 새떼와 충돌하게 된다. 충돌로 양쪽 날개의 엔진이 망가진다. 인근 공항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기장은 결국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를 하게 된다.
비상 착수가 성공한 사례가 드문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장이었던 설리는 비상 착수에 성공하고 본인을 포함한 155명이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했다.
베테랑의 자세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베테랑이라 부른다. 영화에서 설리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비상상황에도 동요하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본인의 일을 했다.
비상 착수를 무사히 마친 그는 비행기에 물이 계속 차오름에도 승객들이 모두 탈출하기 전까지 결코 비행기를 떠나지 않았다. 빠르게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혹시나 승객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좌석 하나하나를 다시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탈출하게 된다.
발 빠른 구조대의 도움으로 설리 역시 구조를 받게 되지만, 구조를 받는 순간에도 승객이 모두 구조된 뒤 마지막으로 구조선에 올랐다. 땅을 밟아서도 비행기를 바라보며 승객들이 모두 안전한 지를 확인했다. 그게 그의 일이었다. 그렇게 비행기에 탔던 155명의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무사히 구조된 데는 기장이었던 설리뿐만 아니라 조종을 함께 했던 부기장이며, 승객을 안심시켰던 스튜어디스들, 비행기가 비상 착수를 하자마자 달려온 주변의 배들, 구조대들이 있었다. 모두가 이뤄낸 쾌거였다.
세월호가 스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바다에 떨어졌음에도 사망자 한 명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는 바다가 길인 배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사고가 나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만약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진정한 베테랑이었다면 그런 비참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설리가 운항한 비행기가 바다에 비상 착수를 했을 때는 기장이 승객들의 목숨을 먼저 챙긴 뒤 자신을 챙겼다. 그러나 세월호는 선장과 선원들이 자신들만 살고자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
구조대나 정부 기관의 모습도 달랐다. 주변의 배들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먼저 달려와주었고, 구조대는 바로 출동해 승객 구조에만 집중했다. 정부기관들은 설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자 했지만 결코 사실은 하나도 왜곡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는 달랐다. 구조대는 우왕좌왕이었고, 정부 기관은 선박 사고가 언론에 새나가지 않도록 보도를 막았다. 정부기관에 일하는 사람이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사실의 왜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정한 베테랑
진정한 베테랑이란 어떤 사람일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베테랑이란, 자신의 일에 뛰어나고 노련한 것에서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해 또는 국가를 위해서까지도 자신의 능력을 정직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진정한 베테랑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었다. 내 일을 통해 나 자신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진정한 베테랑이 되고 싶었다. 설리가 자신만 살고자 했다면 과연 비상 착수라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보일지라도 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그건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하루하루가 쌓이며 결국 진정한 베테랑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난 영화를 떠올리며 베테랑이 될 노력을 한다. 의미 있는 하루가 쌓이면 의미 있는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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