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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Jul 07. 2016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 역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이유


 우리는 왜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할까?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로 남는 사실이 있고, 또 그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역사가 이동하게 된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입식 교육인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만 암기한다. 하나의 사실에도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그런 해석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하나의 사실만 주입하려 한다. 그래서 국정교과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역사란 해석의 문제인데, 여러 가지 관점을 무시하고 자신의 해석만 주입시키겠다니 많은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 무엇이 역사가 되는가?


 과거의 모든 사실이 역사로 기록되지는 않는다. 사소한 사건인듯하면서도 역사에 중요하게 기록되는 경우가 있고, 나라를 뒤흔들만한 사건도 역사에 기록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건들이 역사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카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였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의 사건들이 역사가 되는 열쇠는 역사가들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매 순간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 모든 것은 역사가 될 수 없다. 역사가 되는 것은 역사가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지지해줄 보증인과 후원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누군가가 기록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파헤쳐 만든 역사이다. 물론 저자는 누군가 기록한 사실 역시 실제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역사는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나의 답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역사를 바르게 배우기 어렵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역사적 사실도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역사적 관점을 정답인양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책에서는 영국의 역사가 배러 클러프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이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 역시 정답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 많은 역사학자들이 동의하는 관점이 역사적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저자는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역사적 사실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사실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역사는 결코 객관적으로 쓰일 수 없다.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의 주관이 필연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론 역사적 사실이 실제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 역사는 진보할까?


 흔히들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역사의 진보는 현재진행형일까?


 '현대인은 그동안 여러 세대의 경험을 습득하여 그것을 자신의 경험에 합체시킴으로써 사고의 유효성을 몇 배나 증가시켰왔다. (...) 역사란 획득된 기술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보라고 할 수 있다.' _ p.157


 저자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더 깊게 이해하고,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면 과거 역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한 걸음 나아간 것을 보면 역사란 진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나라를 망하게 했던 관리들의 부정부패나 왕들의 권력행사는 현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현대의 모습을 보면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 역사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_ p.46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봤다. 아이들은 성장하며 항상 부모와 의견이 부딪힌다. 어른들은 이미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항상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정답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쉽게 듣는 법이 없다. 


 역사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흔히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하며 어른들의 지혜에 탄복한다. 그러나 종종 살아온 시대가 달라 결코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역사에서는 배울 것이 있고, 시대가 달라 필요 없어진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 마치며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됐다. 번역도 제각각이다. 마음에 드는 번역본으로 읽으려고 처음에 여러 번역본의 앞부분을 읽어봤다. 그런데 사실 마음에 드는 번역본은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번역이 나은 이 책을 선택했다.


 역사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내게 이 책은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참 많은 연구자료와 다양한 견해가 들어있는 만큼 역사의 내공이 조금 더 쌓인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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