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남과의 만남
얼마 전 첫 이벤트를 했다. 브런치 글을 구독해주시는 분들의 수가 2,000이 넘으면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무얼 해드릴까 하다가 직접 만나 뵙는 이벤트를 열었다.
처음에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한 분도 신청을 안 하시면 어떡하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그래도 '나를 직접 만나보고 싶으신 분이 한 분쯤은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벤트를 열게 되었다.
약 일주일 정도 응모를 받았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응모를 받았는데 다행히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응모를 해주셨다. 다 뵙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두 분을 선정했다. 연락을 드리고 약속을 잡았다.
이 글은 두 분을 모두 만나 뵙고 난 후의 이야기다. 하나하나 다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짧게라도 남기기로 했다(그래도 생각보다 길어지긴 했다).
첫 번째 만남
첫 번째 만남, 명동역에서였다. 평소에도 모르는 분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럼에도 이런 자리는 나가고 싶은 마음 반, 애매한 마음 반이다. 그럼에도 매번 나가는 이유는 안 좋았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적어도 약속시간보다 항상 10분 정도 일찍 나가는 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만나 뵙는 자리라 늦지 않으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출발했다. 대략 15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잘 가고 있는데 연락이 한 통 왔다.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일찍 출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기본이 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왠지 이번 만남 역시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다.
첫 번째 만나 뵌 분께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기만 하시다가 이번 이벤트에 신청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글만 보고 내 나이가 30대 후반쯤 됐으리라 생각하고 이벤트를 신청하셨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리다는 걸 아시고는 '나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하셨다는...
역 앞에서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 나서 바로 카페로 들어갔다. 브런치에서 내 글을 어떻게 읽게 되셨는지, 이벤트 신청은 왜 하게 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서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카페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저녁식사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고민상담을 위해서 만난 건 아니지만 다양한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앞날에 대해 응원을 해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미 좋은 선생님이셨고, 분명 앞으로 더욱 좋은 선생님이 되실 거라 생각한다. 본인의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열정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눠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고 다니 실지, 아니면 안 좋은 에너지를 내뿜으실지.
만남이 어떠셨는지 후기를 간단히 남겨달라고 요청드렸다. 대화를 나누며 어떤 기분을 느끼셨는지는 내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만남 후기를 궁금해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았다.
이벤트를 신청하게 된 이유는 평소 쓰시는 고민상담글을 보면서 직접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화는 현재의 고민을 10년 후에 바라보면 어떨까를 이야기하였는데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생활 습관을 바꾸기 위해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눈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어찌 보면 낯선 새로운 만남이라 염려가 있었지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
두 번째 만남은 무시무시하게 추운 날 종로에서였다. 아예 저녁식사 시간에 만나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일단 만날 장소를 정하고 그쪽으로 오시라고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일찍 도착해서 서점에 계시다며 금방 오겠다고 하셨다. 이번 만남도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두 번째로 뵌 분께서는 활발한 성격을 지니고 계셨다. 낯을 가리시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나 역시 편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기로 한 음식점에 도착해 음식을 주문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내 브런치 글도 꾸준히 챙겨보시고, 유튜브까지 보고 계셨는지 나에 대해서 꽤나 잘 알고 계셨다. 브런치 글 중간중간 내 이야기들이 끼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글을 아주 꼼꼼히 읽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쓸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첫 번째로 만난 분과 마찬가지로 잘 알고 계셨다.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데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어 찾아왔다고 하셨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 '만나는 사람을 바꾸기'라는 것이 있었다고 하시면서 이벤트에 신청했다고 하셨다.
고민이셨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게 되었다. 질문과 답이 오가며 조금씩 찾고자 하는 답에 근접하고 있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글이나 영상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내 인생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의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질문에 대한 답보다 내 삶의 방식을 들으시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히 앞으로는 고민보다 한 발짝 발을 옮기는데 집중하실 거고, 지금보다 더 밝고 활기찬 인생을 경험하게 되실 거라 믿는다.
이번 만남 역시 후기를 요청드렸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카톡으로 간단히 남겨주실 줄 알았지만, 메일로 보내주신다기에 기다렸더니 아래처럼 진심을 다해 길게 써주셨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거나, 정체된 답답함을 해소하려면 세 가지를 바꾸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가는 장소를 바꾸고, 사는 곳을 바꾸라던데. 당장 사는 곳을 바꾸기는 어렵고, 그나마 쉬운 두 가지를 바꿔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졸업을 앞두고 마음은 급하나 뭐하나 손에 잡고 해결할 수가 없는 내 상황에 필요한 조치 중 하나를 취한 것이 도사남의 이벤트 신청란에 댓글을 남긴 것 :)
평소에 팝업으로 뜨는 도사남님의 글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거쳐 생각이 다듬어진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작가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거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뵈었는데, 온라인 화면으로 봤던 분이 눈 앞에 있으니 참 신기하더라.
가장 감사했던 건,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누군가 객관적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내 상황에 적용해보면서 함께 고민을 해준다는 사실이었다. 자기계발서에 그토록 나오던 문구들, 좋은 글귀들이 나에게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던 상황에서, 내게는 누군가 옆에서 해주는 말이 필요했다 싶었다.
엄청나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실패하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졸업 후 진로를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재며 뭐 하나 결심을 하거나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도사남님과 얘기를 하며 여러 번 도달한 지점은 "결국은 할 수 있다"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작은 거라도 일단 움직여보자"였다.
누군가는 너무나 당연하고 객관적인 말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길을 잃고 자신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저 같은 답을 내기는 사실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길고 긴 어찌 보면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고민해준 도사남님께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
평소 일을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미루다가 마지막에 난리 치는 습관을 이참에 좀 고쳐봐야겠다. 도사남님의 말씀대로 일단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중, 결정을 내리고 무엇보다 열심히 해보는 것. 오늘 할 일 리스트가 3개가 추가되었다. 그냥 지나가는 다짐에서 현실로 밑그림을 그려줄 세 걸음이. 일단 하다 보면 길이 좀 보이지 않을까. 설령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을 거라 기대해보면서.
한걸음 더 내디딘 모습으로 다음에 또 뵈러 갈게요 꼭! ^^
나의 후기
정말 감사하게도 이벤트를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다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내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나 뵌 분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내게 좋은 시간이었음은 틀림없었다는 말을 다시 전해드리고 싶다. 뒤늦게 시작한 글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혼자 이뤄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기대되고 즐겁기도 하다.
두 분과는 앞으로도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좋은 분들과의 인연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지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흔히 고민상담이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답을 듣기를 원하지만, 내가 해왔던 고민상담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일방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는 나 역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내 글은 일방통행이었지만 말은 쌍방통행이었던 것이다.
확실히 직접 만나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조금 더 현재의 정답에 가까운 답에 다가갈 수 있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바로 곁에서 그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이 정한 틀에 맞추지 않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분명 그 길이 쉽지만은 않지만 꽤나 멋진 길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분과의 만남 모두 각자 3~4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많은 시간 내주신 것에 감사하고, 진심을 이야기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솔직한 후기를 보내주신 것에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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