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서글픔에 관하여
1
나이 먹어
냄새나고 늙었다는 말 듣는 건 서러운 일이지만
그건
고귀하고 맑은 내 정신세계로
충분히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남들이 나의 별명을 부를 때
발끈할 나이는 이미 지났으니까
나이 먹어
가장 서글픈 건
지하철 환승하려는 데
젊은 사람들이 도착 예정인 환승 열차를 향해
뛰거나 빠른 걸음을 재촉할 때
알면서도 그들과 함께 걸음 하지 못하고
무심히 내 걸음 속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때야
2
그게
나이 먹어
가장 서글프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
내가 그 나이에 오르지 못한 이유
이미 그들은
느리게 걷는 법과,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의 덧없음을,
그리고,
뛰거나 빠른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여유를
살면서 주름 속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