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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Dec 30. 2021

함께 하기에, 위대한 식탁

2020년 3월의 그림책 | 위대한 식탁 (마이클 J. 로젠)

책속의 말

손님들이 저마다 굽고 찌고 끓여서 한 가지씩 만들어 가지고 오는, 다채로운 음식들이 모인 식탁은 각기 다른 이파리가 모인 나무 같아요.




나는 음식이 주제인 글을 좋아한다. 원래 이 서재의 컨셉을 정할 때도 하나는 음식에 관련된 책을 넣을까 고민했었다. 이유라고 하면, 내가 한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먹지 못하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책과 영상으로 채웠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허기지지 않았고, 먹고 싶지만 먹지 못했던 때의 기억은 음식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음식 자체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음식에는 애초에 특별하거나 평범하거나 그럴 것이 없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특별해졌다가 평범해졌다가 먹고 싶었다가 그렇지 않았다가, 이 음식만 보면 무언가가 떠오르다가 어느 날은 아무렇지 않게 삼키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음식들이 올라가는 게 바로 식탁이다. 이 책의 처음은 전세계의 다양한 식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가족과, 어머니와 아들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식탁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등장한다. 식탁이란 고정된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계속 변하며, '어디에나 있는 것'으로 식탁의 의미를 확장한다. '다채로운 음식들이 모인 식탁은 각기 다른 이파리가 모인 나무'라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위대한 식탁을 나무에 비유하는 걸 즐긴다. 뻗어나가는 가지로 나무가 풍성해진다는 건 사람들이 함께하는 식탁을 말하는 듯 하다. 식탁보의 꽃무늬는 꽃에 비유하고, 식탁 위 올려진 열매는 씨앗이 담긴 나무의 뿌리라고 말한다.

식탁은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 땅, 바다, 개울, 호수도 하나의 식탁이고, 인간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터전이며 우리가 후대에 물려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 그림의 식탁은 곧 지구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이상적인 모습. '우리가 조금씩 당겨 앉'아 당신의 자리를 내주고 함께 하겠다는 것은 포용과 함께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이 중요히 여기는 것은 함께하는 것, 주변과 관계를 맺어가는 그 사이에서 우리의 모습이다. 식탁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고 설령 혼자라도 그 식탁의 음식이 온 곳을 생각하면 결코 혼자 만들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내가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p.s. 가만 읽다보면 이 책은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맨 뒤를 보니 영어 원문인 전문이 실려 있다. 영시의 운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부족한 실력으로나마 원문을 더듬더듬 읽어본다. 입 안에서 통통 튀는 운율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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