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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Jan 02. 2022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2020년 4월의 그림책 |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고티에 다비드)

책속의 말

너한테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기뻐. 그러면 힘든 것도 잊고 용기가 생겨. 




이 이야기는 겨울이 오면 제일 좋아하는 친구인 새를 세상의 끝에 떠나보내고 추운 계절 동안 외로워해야 하는 곰의 여행기다. 곰은 해마다 헤어져야 하는 새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움에 편지를 쓰던 곰은 마침내 세상 끝에 있는 새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 번도 이렇게 멀리 혼자 가 본 적 없던 곰의 모험은 오로지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작된다. 모험 내내 곰은 친구를 만나기를 고대하며 그에게 편지를 쓴다.

어두컴컴한 숲을 지나고, 바다에 빠졌다가, 화산을 지나고,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과 사막, 또 다시 바다를 건너야 할 만큼 멀리 있는 너를 향한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어두컴컴한 숲은 무섭고, 세이렌 때문에 바다에 빠지기도 하고, 연기를 뿜는 화산을 마주치고, 안개 속에서 길을 잃거나 사막에서 목마름을 느낀다. 바다는 파도가 세 건너기 쉽지 않고, 심지어 기껏 도착한 곳에는... 그래도 이 여정이 나쁘지만은 않다. 널 다시 만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화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모래를 한 줌 넣어 편지에 부친 것은,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너도 보길 원하는 다정한 마음일 것이다. 인간들의 전투가 벌어진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너를 생각만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너와 가까워지기에 기쁘고, 험난한 길이라도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난다. 어떻게 곰은 이런 바래지 않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얼마나 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기에 이렇게 식지 않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곰의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의 '너'는 새였는데, 곰에게 새가 있듯 나도 누군가의 새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큰 욕심일까.

신화가 섞인, 판타지 같은 이야기와 알록달록한 색이 조화를 이루고, 얼핏 보면 거칠어 보여도 사실은 세밀한 선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은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소리를 내서 읽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울컥한 적이 있었다. 가만히 다시 읽어보았는데, 유독 소리를 내며 읽을 때가 확실히 마음에 확 와닿았다. 내가 곰이 되어 세상의 끝에 있는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뿍 느꼈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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