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 Jan 01. 2022

우아한 오리의 물 밑 발버둥처럼, 사서, 고생합니다

2020년 4월의 책·도서관 관련 책 | 사서, 고생합니다 (임수희)

책속의 말

다들 모르는 작가가 없고 모르는 출판사가 없었다. 모르는 사회의 이슈가 없었고,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일까지 전부 꿰뚫고 있었다. 나만 아는 것이 1도 없고, 나는 사서가 아닌 것 같고 '정말 바보다.'라고 생각했다. (p. 20) 
사서는 기본적으로 맥시멀리스트다. 내가 만난 사서들은 다 그렇다. (p. 43)
사서는 무언가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정책, 시사, 이슈 등등. 어떤 사건이 있을 때, 회의에서 계속 언급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자료를 모으잖아요.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가끔 너무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외면할 수 없을 때. 그런 것이 사서가 아닐까요. (p. 128)




'사서는 사서 고생해서 사서다.'라는 말은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말일 것이다. 사서라고 하면 대출, 반납만 해주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 도서관에서는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드럽게 욕을 먹는다. 아마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라서 그런가. 내 생각에 도서관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조화를 이루는 일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몸도 고생, 마음도 고생이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공공도서관 사서로서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사회적 이슈를 포착해 콜렉션을 만드는 일, 이용자와 대면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서가를 꾸미는 일, 책의 메타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등 다양한 사서의 업무를 엿볼 수 있다...만 사실 이건 현직 사서가 읽기에도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도서관이 하나로 묶여서 그렇지, 도서관마다 실정이 너무나도 다르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은 또 다르고, 그 공공도서관 안에서도 운영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다만 어디가 되었든 사서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갑자기 조금 슬퍼진다.) 그래도 내가 읽기에 이 분이 경험하신 도서관은 그래도 굉장히 탈권위적이고 사서와 이용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콜렉션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이용자 중심에서 활력있게 운영된다는 느낌.

이제까지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라고만 생각했거나, 도서관에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고, 사서라면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가다듬고 도서관과 사서의 의미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생각보다 사서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떤 고민을 하며 일을 하고 있는지 솔직하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낸 글이다. 

작가의 이전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