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의 책·도서관 관련 책 | 어른의 그림책 (황유진)
그것을 얼마 전에야 깨닫고 나도 그림책을 한두 권씩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림책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처음 그림책을 읽으려니 생각보다 당혹스러웠다. 그림이 분명 아름답긴 한 거 같은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내용은 걸핏 잘못하면 그저 어른의 입장에서 교훈적인 주제로 치부해버리거나 너무 짧은 글에 무슨 주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장난 것처럼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그림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겠다고 자신만만하게 포부를 내세웠는데, 막상 그림책을 품에 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한마디로 그림책을 읽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그래서 이 '난, 나의 서재'에서 그림책을 다룰 때 어떤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지, 어떻게 그림책을 소화시키면 좋을지, 어떻게 그림책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면 좋을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 책의 저자는 서점, 도서관 등에서 어른과 그림책 함께 읽기 수업을 이끄는 사람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그림책 한 권 혹은 두 권을 깊게 읽으며 그림책의 주제를 탐구한다. 저자는 그림책의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경험은 물론 그림책 모임을 이끌며 타인의 경험까지 소화하며 그림책을 음미한다. 저자는 깊게 읽는 그림책 한두 권 외에도 그 주제와 관련되어 함께 읽어볼 만한 그림책을 여러 권 추천한다. 처음 그림책을 읽느라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독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맨 뒤 부록에는 그림책 모임을 진행하는 방법도 실려있어 만약 모임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전혀 모른다면 참고할 만하다.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어른이 되고 아이의 시선을 이해할 기회가 현저히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이도 없고 어린 동생도 없다. 다양한 연령대를 이해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어른의 눈으로 그림책을 읽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이 다르다 해도, 그림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 자체는 거짓이 아니니 아이들과 이야기 정도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