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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Jan 10. 2022

개떡 같은 기분을 만드는 게 나라고요?

2020년 6월의 읽고 싶은 책 |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책속의 말

자기훼손은 삶이 요동치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 눈에 확 띄는 사람이 되면 이런저런 말도 많이 나오고 나중에 추락했을 때 타격도 너무 클 것 같으니까 차라리 존재감 없고 눈에 안 띄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추락하게 돼 있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내가 나를 망치는 게 낫겠다고 선수를 친다.
여자들과 얘기해보면 자기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치심이 삶의 동력인 경우가 많다. 여자들이 날마다 하는 선택엔 수치심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 그리고 수치심의 마수에 걸려 일거수일투족을 지배당하고 개떡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요상한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이 책의 존재는 알았다. 그때야 이름 한번 독특하네, 하고 넘어가고 말았지만, 트위터에서 추천글을 읽고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아보니 마침 동네 전자도서관에 있기까지 했다. 그래, 내가 또 개떡 같은 기분 느끼는 데 둘째 가라면 서럽지. 자기계발서를 1년에 1번 읽을까 말까 하는 내가 이 책을 펼치게 된 이유였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고 내가 단번에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리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한 건 아니다. 아마 이 책의 저자 또한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작스레 변화한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럴 의도에서 쓴 책도 아니고 말이다. 분명한 점은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는 누가 나를 관찰한 뒤에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나의 행동을 이 책에서 수없이 마주했다는 것이다. 매번 내가 행하는 일이지만, 이것을 언어로 풀어내면 갑작스레 낯설어지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있지 않은가? 나의 수많은 행동이 이랬다. 자꾸 나 자신을 개떡 같은 기분으로 만드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다는 걸 자꾸만 발견하게 되는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이 책의 저자야말로 자신을 개떡 같은 기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째서 우리가 스스로의 기분을 개떡 같이 만드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지 잘 알고 있다. 지나치게 자신을 비난하기, 통제광 되기, 감정을 외면하고 마취하기, 완벽주의라는 허상을 좇기 등등 어떻게 나를 다양한 방법으로 개떡 같은 기분으로 만드는지, 특히 여성이 사회 특성상 왜 자신에게 더 혹독한지 설명한다. 15장의 챕터별로 악습에 대해 설명하며 스스로 그 악습을 어떻게 반복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챕터 마지막에 답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것을 일기장에서 쓰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A6 남짓의 작은 일기장이지만 10장 넘게 쓰게 되었다. 마치 상담 선생님에게 과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하기 싫기도 했고, 나의 적나라한 모습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하기도 했지만, 일단 모든 질문에 빼놓지 않고 답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알다시피 자기계발서란 읽은 직후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게 며칠만 지나도 다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종종 일기장을 보면 될 수 있게끔 했다.

사회는 여성에게 더 엄격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엄중한 비판자가 된다. 가끔은 그것이 필요할 때가 있고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마치 그렇게 단죄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구는 건 문제다. 자매들이여, 자꾸 우리의 기분을 개떡 같이 만들지 말자. 우리가 그러지 않아도 우리 기분을 개떡 같이 만드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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