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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Jan 10. 2022

꿈 속에선 자유로울 수 있어, 잠의 땅, 꿈의 나라

2020년 6월의 그림책 | 잠의 땅, 꿈의 나라


이 책은 표지부터 사람을 사로잡는다. 나의 경우 대부분 그림책을 볼 때 그림, 특히 표지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바로 단번에 표지를 보고 고른 책이다. 색감이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파란 밤하늘에 형광빛이 도는 핑크색 달이 떠있는 대비가 강렬에 눈을 확 사로잡는다. 그 달의 한가운데서 발을 내딛는 소년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비춘다. 반짝이는 별은 밤하늘에 은박으로 박혀있다. 많은 색이 사용되지 않아 깔끔하면서도 묘한 색에 이끌려 표지를 펼치면, 형광 핑크색 내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작가 소개와 인쇄에 대한 소개글이 써있는데, 나는 그림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상세하게 표지와 내지, 잉크에 대해 설명한 그림책은 처음 봤다. 이 책 표지를 보며 무언가 다른 동화책과는 다르다고 느낀 게 표지 코팅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소개글로 인해 알게 되었다.

"보물섬",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동시를 기반으로 그린 책이다. 아픈 소년이 밤이면 꿈 속에서 자유롭게 모험한다는 건 어릴 적 몸이 아팠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유년기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 이야기를 위주로 하고 싶다. 다리를 다친 듯한 소년이 아침에 바라보는 바깥은 먼 곳이다. 크림빛이 도는 노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부러운 듯 소년은 바라본다. 오후에도 소년은 혼자 방에서 장난감과 시간을 보낸다. 커다란 창문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여준다. 마침내 어두워진 하늘에 연주황빛 달이 커다랗게 뜨면, 소년의 모험이 시작된다. 꿈속 세계로 떠나는 모습도 아름답다. 방 안의 잡동사니가 하늘 위로 다리를 만든 듯 소년을 꿈의 나라로 인도한다.

유독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이 커다란 창문으로 하늘이 보이고, 꿈의 나라에서도 하늘이 소년의 모험의 배경에 있어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침내 해가 떠 돌아가야 할 때도, 종이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하늘의 색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꿈에서 깨면 별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바깥과 단절돼 있었던 듯한 소년이 창문 밖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꿈과 현실이 마치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에 친구들이 사려깊게 써준 쪽지에 “얼른 나아서 같이 놀자!”고 써 있는 걸 보면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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