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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Jan 17. 2022

빛나는 둘의 아름다운 퇴적층,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2020년 7월의 여성작가의 책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여행을 간다거나 해서 2주가량 정도 혼자 있어본 것 빼고는 집에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그래서 혼자살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 나는 1인가구가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결혼을 꿈꿔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내게 선택지란 혼자살기밖에는 없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언젠가 할 독립을 상상하곤 했다.

친구들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같이 사는 건 어려울 거 같고, (내 친구들은 굉장히 개성이 뚜렷하다. 아마 생활리듬도 전부 다를 것이다.) 같은 빌라나 아파트에 모여 살며 죽었는지 살았는지 서로 봐주자고. 다들 결혼 생각이 없다보니 제일 먼저 고독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우스갯소리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게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비혼 여성에게는 1인 가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 비혼 여성이 1인 가구가 아닌 형태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가족이 아닌 사람이 함께 산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부담감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좋은 압박감이 되어주기도 한다. 존경하는 동거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꾸역꾸역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친구들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낀 적 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 혼자일 때의 그 외로움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솔직히 예전에 인간은 다 혼자 사는 것이라며, 누군가와 함께 살아도 자신의 본질적인 외로움은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설령 인간이 그렇다 해도, 잠시라도 동거인과 함께 그 외로움을 희석시킬 수도 있고,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날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을 주절주절 떠드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응어리가 풀릴 때가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았다.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면서도 생각보다 단순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서로의 세계가 부딪혀 확장되는 세계였다. 이미 각자 풍부한 경험과 훌륭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만나 더 넓은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워낙 안으로만 파고드는 내가 조금이나마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책 덕이었다. 적어도 타인을 만났을 때, 나의 세계에서 무언가 얻어갈 게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저자들의 내공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결과며, 그 퇴적층을 운좋게 내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유머가 넘치고 다정한 글이었다. 최근 에세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는 내게도 글을, 특히 자신의 경험을 살려 쓰는 글을 잘 쓰는 저자의 글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이분들이 시간이 많이 흘러, '여자 둘이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라든가, '여자 둘이 살다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라든가, 뭐든 좋으니 후속작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때의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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