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의 책·도서관 관련 책 |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자유의 여신상 아랫부분에 쓰여있는 건 이민자의 역경을 기념하는 의미인데 트럼프는 이민자의 나라를 ‘순수 혈통’의 나라로 변질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역사를 묻으려는 행위에 다름없다. (p. 14)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라는 약 3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가 있다. 다큐멘터리의 거장인 노감독이 세상에 내보인 이 영화는 뉴욕 공공도서관, 어느 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수십 개의 분관으로 이루어진 그 집합에 대한 집요한 기록을 담았다.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다룬 이 영화에는 사서가 이용자의 전화 문의에 답하는 장면도 나온다. 유니콘에 대해 묻는 이용자에게 조심스레 유니콘이 상상의 동물인 건 알고 계시죠? 라고 묻는 사서의 모습은 한국 사람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바로 뉴욕도서관으로 온 다양하고 시대를 넘나드는 이용자의 질문을 현재의 사서가 답변한 것을 엮어 만든 책이다. 뉴욕 공공도서관이 지어진 지 100년도 넘었으므로, 질문과 답변 사이에는 그만큼의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여섯 달 정도 먹이는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라는 1945년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때와 지금이 사뭇 다를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질문이 많다. 그런데도 뉴욕공공도서관에서 답을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자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도 수집해뒀기 때문 아닐까. 언젠가 이 자료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지금은 아주 미미하고 별 중요할 거 같지 않아보이는 자료도 강박적으로 모두 수집한 덕에, 시간이 오래 흘러도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 연결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질문에도 자부심있게 뉴욕 공공도서관에는 이런 자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근거 있는 자신감이 부럽다.
사실 도서관으로 오는 질문이 언제나 허를 찌르고, 유쾌하고, 반짝 빛이 나지만은 않는다. 가끔은 정말 엉뚱하고, 대체 왜 묻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잘못 물어본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뉴욕 공공도서관의 사서들은 재치있게, 그러나 질문하는 이용자의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 정도로 그 이용자가 진정으로 원했던, 심지어 이용자 자신도 몰랐던 질문을 끄집어 내 답변을 한다. 이것이 진정한 스킬이 아닐까 싶다. 이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왔을까.
뉴욕 공공도서관의 이 서비스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이가 달라붙어 있는지, 그리고 검색 엔진이 모든 걸 알려주는 이 시대에 어떻게 역할을 지속해나가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떻게 답변자의 역량을 쌓는지, 이제 나는 뉴욕 공공도서관 사서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것도 '엉뚱한 질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