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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Dec 26. 2021

'비밀이지만',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2020년 1월의 동화책|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 그림책은 내가 어릴 적 <로타와 자전거>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그림책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일러스트는 동일한 것 같다. 내가 산 그림책은 아니었고, 누군가 준 그림책이었는데 어릴 때 이 그림책을 정말로 좋아했다. 표지에 낙서가 잔뜩 되어있었지만 커서도 보관하다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찾아보니 이미 절판 상태라 중고 거래가가 꽤 비쌌다. 낙심하던 와중에 어느 순간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되어 다시 구매했다. 판형과 제목이 달라졌지만 그림책을 펼쳐보니 이전에 좋아하던 그 그림 그대로였다. 이 그림책을 좋아한 이유 중 하나는 그림이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과 섬세하고 따뜻하며 로라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잘 담아낸 그림은 두고두고 이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읽는 이유다.

어릴 때 이 그림책에 매료된 이유는 많지만, 로라가 나와 꼭 닮은 상황같다고 느꼈던 게 제일 컸다. 나는 손위형제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고, 워낙 혼자 잘 놀아서 외롭지는 않았어도 소외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로라는 뭐든지 오빠, 언니와 똑같이 하고 싶어한다. 오빠, 언니와 눈 색이 다르다는 말에 사실 자신의 눈 색도 같은 색이라며 딱 잘라 말하는 로라의 마음이 이해갔다. 로라처럼 손위형제와 똑같아지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도, 적어도 그들의 세계에 편입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나는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고집스레 말하는 로라가 밉지 않다. 로라는 내 과거이기도 하니까. 

로라가 자전거를 훔치겠다는 어마어마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오빠와 언니는 ‘진짜 자전거’가 있는데, 자신만 세발 자전거를 타야했기 때문이었다. 로라는 어른들이 바라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고집불통에 무언가 갖고 싶으면 끝까지 졸라서라도 얻어낸다. 말버릇처럼 ‘비밀이지만’을 붙이며 허풍을 떨고, 거짓말도 한다. 울고불고 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자전거를 훔치겠다는 생각까지 하다니, ‘정말 무서운 아이지 뭐예요!’ 결말에서 로라는 교훈을 얻고 착한 아이가 되지 않는다.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다가 자전거에서 떨어지고는, 자기도 ‘비밀이지만’ 손을 놓고 탈 수 있다고 허풍을 부린다. 그런 면이 로라를 로라답게 만든다. 어른이 되어 이렇게 아이의 솔직한 내면을 묘사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 관찰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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