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의 동화책 | 꿈꾸는 천사 (말그릿 오드)
이번에는 그림책은 아니고 '소녀명작소설'을 골랐다. 아주 어릴 때 이 책이 집에 있어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이 책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어린 여자 아이가 굉장히 불운했지만 역경을 딛고 꿈을 이뤄내는 이야기, 라는 것만 기억이 났다. 뭔가 오두막집인가, 그런 곳이 나왔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웬만한 소녀명작소설에는 불운한 여자 아이가 나온다는 사실. 일단 줄거리를 읽었을 때 제일 익숙한 책으로 골랐고, 읽고 나니 내가 찾던 책이 이게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아도 이걸 읽은 적은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책의 줄거리는 뒷표지에 요약된 것처럼 단순하다. 주인공인 에그란틴을 낳다가 엄마는 돌아가시고, 그 사실에 좌절한 아빠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갑작스레 딸 부부를 잃은 할아버지는 그런 에그란틴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럼에도 밝고 영민한 아이로 자란 에그란틴은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노엘과 이별하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게 된다. 파리로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한 에그란틴은 마침내 성악가로 성공해서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유독 소녀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역경을 겪어야 했을까. 부모를 잃고 정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명랑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해야 했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슬퍼할 기회조차 잃은 것이다. 이 소설 속 에그란틴도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것만으로도 슬픈데, 딸 부부와 자신의 아내를 한번에 잃었다는 이유로 손녀인 에그란틴을 원망한 할아버지가 나와, 그 어린 에그란틴이 할아버지를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슬픔을 소화시키기 전 타인의 슬픔을 살펴야 하는 게 안쓰러웠다.
이런 소녀명작소설을 보면,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좋은 여성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이 소설의 경우 에그란틴이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아주머니만 해도 그렇고 공부를 상냥하게 가르쳐 준 말그릿(의도한 걸까? 작가와 이름이 같다.)이나 파리로 가도록 도와주는 샬름 선생님이 그렇다. 어린 마음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여성이라는 게 자연스러우면서도 힘이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