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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Mar 01. 2022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2022년 1월의 여성작가의 책 |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책속의 말

과거에 책을 읽던 시절의 자신은 기억하면서도, 그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바깥세계 어딘가로 데려가는 듯한 즐거움을 주던 ‘시종 유령’을 불러오지는 못하지요.
우리가 계속 직면하는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쉽게 소화되고 밀도도 낮으며 지적인 부담도 적은 정보들로 둘러싸인 익숙한 골방으로 뒷걸음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낍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의 조각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에 빠지지요. 
때로는 우리 지능을 아웃소싱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정보는 가장 빠르게 단순화해 소화하기 좋게 걸러주는 정보 아웃렛에 맡기지요.




학창 시절 나는 제법 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서관에 가서 일본 소설이나 엽기적인 역사책을 빌려서는 밥 먹고 잠깐 쉬어야 한다며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읽었다. 학교에서는 고작 10분밖에 안 되는 쉬는 시간에 책을 읽기 바빴다. 뒤 내용이 궁금해서 미치겠는데 읽을 수 있는 시간은 그때뿐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힘들어한다. 한 줄 읽고 딴생각하고 한 줄 읽고 핸드폰을 확인하고, 울프의 말대로 ‘시종 유령’(책 속의 세계로 데려가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존재)을 부르는 건 요원한 일인 듯 싶다.

울프는 읽기와 뇌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우리 뇌의 읽는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성취한 것이라고 말한다. 읽는 뇌가 구축될 수 있는 이유는 뇌에는 가소성이 있어, 읽기가 훈련되며 뇌의 회로를 재활용해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이 읽기라는 행위는 우리의 생각보다 뇌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는 행위이며 저자는 이것을 ‘뇌에서 펼쳐지는 3종 서커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뇌의 회로를 새롭게 구성하며 습득한 ‘깊이 읽기’가 중요한 까닭은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공감이나 전문가가 쓴 책을 통한 배경 지식, 유추와 추론, 비판적 분석 등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것을 연결하면 읽기뿐만 아니라 삶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 깊이 읽기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는 주의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디지털 매체로 인해 주의력의 질이 현저히 저하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존본능이 있다. 우리가 사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파편화되어 들어온다. 우리가 읽는 방식은 점점 변화하고,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며, 복잡한 것을 읽지 않으니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게 된다. 이는 모든 것을 대부분 비슷하게 만들어 전체주의적인 사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책의 제목처럼 ‘다시, 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첫 2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다중적인 표상에 노출하길 권한다. 읽기 회로가 생성되기 이전이라 해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 매체가 아이의 주의와 기억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연구하고, 교사를 훈련하고 개발하며,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점점 파편화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비판적인 분석력과 독립적인 판단력을 타인에게 넘겨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이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배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이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조금 궁금해진다. 나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겪은 세대가 아니라, 처음부터 디지털이었던 세대라면 어떤 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될까?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만큼이나 종이책이 의미 있을까? 우리의 방식이 옳고, 그들의 방식은 잘못된 걸까? 처음 살아보는 시대라, 아직 모르는 게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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