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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Mar 01. 2022

솜사탕 같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022년 2월의 읽고 싶은 책 |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책속의 말

숲에 이유 없이 겨울이 찾아오듯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니어도 고통은 오고 가지요. 첫 겨울에는 누구도 모를 수밖에요. 그러니 다들 이곳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을 너무 안타까워 마십시오.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평안에 다다를 겁니다.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러 오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재밌게 읽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후속작인 2편이 리디셀렉트에 업데이트됐다. 그 사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735쇄를 넘기고, 판매 100만 권을 돌파한 어마어마한 책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후속작에 쏟아지는 기대도 아마 만만치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나는 후속작이 출간된 지 반년은 훌쩍 지나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다정한 세계가 펼쳐질까, 기대하면서.

좋은 꿈을 꾸고 난 뒤의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던 1권처럼, 2권 또한 책장을 덮은 뒤 감정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좋은 꿈을 한 번 더 꾼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든 생각은 이게 정말 ‘꿈’이라는 것이었다. 깨어나면 금세 흩어지고, 가끔은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도 않기도 하는 꿈.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다. ‘심리스(seamless)’다. 흔히 속옷 같은 데 쓰이는 무봉제 제품에 쓰이는 말인데 이 소설이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어디 하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 모든 갈등은 원만하게 봉합된다. 마치 바느질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심리스처럼. 모든 등장인물은 시련을 나름의 방식대로 극복하고, 주인공 또한 목표를 달성한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서 가장 판타지다운 부분일 수도 있겠다. 사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며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로서 주인공이나 등장 인물에게 진정으로 몰입해 읽기에는 이 소설에서 극복하는 과정이 그 어느 것 하나 거슬릴 게 없는 아름다운 그림 같아서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답게 갈등의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어떻게 보면 이건 솜사탕과 같은 소설이기도 하다. 솜사탕은 한 번 입에 넣으면 녹아 사라진다. 색이 예쁘고 촉감이 좋아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놀이공원이나 축제라 하면 솜사탕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솜사탕에 엄청난 영양가를 기대하며 먹지는 않는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끔 지쳐있을 때 모든 게 매끈하게 해결되는 이상향 같은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마음 편하게 읽고 책장을 덮은 뒤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소설도 있는 것이다. 읽을 때 나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했다면 그 소설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소설에서 재미와 위화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건 서양 어디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꽤 한국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달러구트 백화점 직원일 테다. 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테스트인 ‘세 가지 제자’ 유형 검사는 한국에서 유행 중인 ‘MBTI 검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검사는 유형이 16개인 MBTI에 비해 훨씬 적은 3가지이지만, 어떤 검사가 되었든 중요한 건 그런 유형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본질과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둘은 명백히 다르며 지금 시련을 겪어도 영원한 게 아니고, 지금 내 생각과 태도 또한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걸 은연중에 전하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남을 어떤 유형으로 재단하는 것 또한 위험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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