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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Mar 01. 2022

예술은 배고픈 것? 그림 속 경제학

2022년 2월 새로운 시도인 책 | 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책속의 말

시장과 정부의 지원은 양쪽 다 예술의 순수성에 위험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들이 없으면 예술이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의 영원한 딜레마로 남을 것이다.




요즘은 덜하지만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말은 아직도 망령처럼 한국 사회를 떠돌아다닌다. 마치 돈과 예술이 엮이면 예술의 가치가 퇴색되는 듯 구는 사람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그림 하나에 몇백억씩 값이 매겨지고 팔려나간다. 전시회 MD샵은 사람이 붐비지만 예술하는 사람은 돈을 너무 밝히면 보기 좀 그렇고? 예술가가 돈 얘기하면 속물적인 거고? (각종 창작자에게 ‘돈독 올랐다’라는 말이 쏟아진다) 그렇다기에는 예술의 역사 자체가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대체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이 책의 저자는 인문, 미술 전문 기자인 내공을 살려 그림과 경제의 관계를 밝혀낸다. 미술의 발달은 경제‧사회 변화와 밀접하다. 단순히 사조의 변천과 특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왜 그 사조가 생겨났는지 독자가 이해하게끔 한다. 이 책이 다루는 시대 범위는 예수가 살았다는 1세기부터 19세기 후반~20세기 초인 현대까지다. 한 챕터당 시대의 큰 변화가 있던 분기점과 그 시대의 예술 사조에 대한 설명이 어렵지 않게 담겨 있다. 왜 그 시기에 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는지, 그게 어떻게 예술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시대 예술사조의 유명한 작가와 그 작가의 정치적 성향, 개인적 삶, 당대 경제학자 이론의 설명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혹시 읽다가 부연 설명이 필요한 개념이 있다면 챕터가 끝날 때 용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범위를 넓게 다루는 탓에 다루지 못한 예술사조나 미술사의 핵심 사건이 있다면 이것도 각 챕터와 별개로 설명해 커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도, 미술도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 적절하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둘 다 알 수 있는 기회며, 평소에 둘 중 하나에만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고 해도 왜 경제가, 왜 미술이 이런 양상을 띠고 발전했는지 이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경제와 예술 둘 다에 조예가 있다면? 그 둘을 연결해 생각할 거리가 제시되므로 심심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거라면, 이 책이 발간된 지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므로 최근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을 경제와 연관해 설명하는 챕터를 추가해 개정판을 발간해주시면 좋겠다. 아니면 시리즈물도 좋겠다. ‘경제학 속 그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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