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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Aug 16. 2022

마르크스는 '진짜로' 처음입니다만

2022년 5월 새로운 시도|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시카와 야스히로)

책 속의 말

그럼 이 '씩씩함'은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라든가 '힘을 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에너지를 지속시키기 힘들 거예요. 좀더 내용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이렇게 살면 되겠다'는 자신 아닐까 합니다.그리고 그 '자신'을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사는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사회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며, 끝내는 나의 성장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대번에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이 '마르크스'라고 생각합니다. (p. 32)
또 하나,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역사 속에서 결코 영원하지 않은, 일시적 존재라고 확신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근대 경제학에서는 시장을 당연히 주어진 전제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시장에서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본으로 치면 무로마치 시대 무렵부터였습니다. 현재 우리 눈앞에 있는 사회 구조도 그처럼 어느 역사적 단계에서 어떤 역사적 이유로 탄생한 것이기에 그 역사적 존재 이유를 잃는다면 언제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p. 79)




나는 또래 여성 셋과 함께 독서 모임 ‘동네북’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동네 주민이 모여서 하는 독서 모임이라 동네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이사하게 되어 동네 주민은 아니게 되었으나 여전히 명예 동네 주민 역할을 맡고 있다) 독서 모임으로 서두를 연 까닭은 우리 독서 모임의 단골손님이 ‘마르크스’이기 때문이다.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관련 도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회원들이 자연스레 마르크스 언급을 하게 되는데, 막상 나는 마르크스의 ㅁ자도 모르면서 ‘느낌적인 느낌’으로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우리 독서 모임의 명예 회원이나 마찬가지인 마르크스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아봐야겠어, 다짐한 나는 그렇다고 바로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을 펼칠 만큼의 담은 없었다. 결국, 회원 중 한 명에게 마르크스 입문서를 추천받게 되었고, 그게 바로 이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 굉장히 충실한 책이다. 말 그대로 마르크스가 처음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저자는 일본에서 강연하는 교수인데,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마르크스의 사상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티가 난다. 한국 독자에게 쓴 서문은 일본의 마르크스 수용 역사와 일본의 공산당 시점에서의 현대사를 요약한 것인데, 이 책 중 제일 (그나마) 어려운 부분이고, 본격적인 본문은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건네듯 쉽게 쓰였다. 1부에서 마르크스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마르크스가 어떤 사람인지 간단히 짚고 마르크스의 이론적 기반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언급된 과학적 사회주의, 유물론, 변증법 등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고, 21세기 상황을 마르크스 관점에서 설명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1권 1장 1절을 저자가 가르치는 대학생 제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도 있다. 

내가 이 책이 마르크스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마르크스에 대해 더 알고 싶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마르크스 저서를 인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주 일부분이고 맥락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짧다. 조금 길게 인용해줬으면 원문을 읽어볼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렇게 감질맛나게 인용을 하니 역시 원문을 읽어봐야겠다는 갈증이 생긴다. 게다가 그런 독자를 위해 부록에 마르크스 입문자를 위한 추천도서까지 있으니, 이쯤 되면 완벽한 마르크스 겉핥기 도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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